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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글상자/사회와 문화

삼포세대의 슬픈 관찰육아

by j제이디 2014. 6. 22.

시대를 규정하는 말들이 많습니다.

386세대로 대표되는 이 규정어들은

때로 너무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88만원 세대입니다.

 

경제학자 우석훈의 동명 책에서 처음 사용된 이 말은

세상에 끼친 부정적 폐해가 많다는 이유로

저자 우석훈이 책을 절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우리를 88만원 세대로 부릅니다.

 

88만원 세대의 아픔은 절판과 함께 사라지지 않습니다.

88만원 세대의 경제적 아픔은 삼포로 이어집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지금의 2,30대를 규정하는 너무 아픈 말입니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모두를 힘들게 했지만

줄어들지 않는 등록금, 심각한 취업난, 살인적인 집값

세상은 우리에게 포기를 강요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없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이 세 가지를 포기해야만 할까요?

삼포세대에게 연애와 결혼과 출산은 어떤 의미일까요?

최근 TV 프로그램의 트렌드에서 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몰아낸 관찰예능 말입니다.

 

 

(삼포세대의 슬픈현실.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

 

로맨스가 더 필요해로 연애를 하고

우리 결혼했어요로 결혼을 하고

아빠 어디가로 육아를 하고

나 혼자 산다로 결국 혼자 살아갑니다.

 

세상이 강요한 포기를 받아들일 순 없지만

이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도 없습니다.

 

2000년대 중반이후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은 확실히 관찰예능이 대세입니다.

관찰예능 중 최고는 단연 아빠 어디가입니다.

2013 MBC 방송연예대상을 거머쥐기까지 했습니다.

 

예로부터 광고와 TV3B가 답이었습니다.

아기(Baby), 동물(Beast), 미인(Beauty)

관찰예능에 녹아든 아이들열풍이 무섭습니다.

아류로 시작한 작품들까지 자리를 잡았습니다.

 

최고가 된 아빠 어디가

시즌2 시작과 함께 위기를 맞았지만

위기를 극복하며 지난 시즌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고

사랑이 열풍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고정층을 확보했습니다.

 

 

 

(아빠 어디가 시즌1)

 

 

아빠의 육아를 다룬 이 프로그램들과 달리

오 마이 베이비는 부부의 육아를 다룹니다.

좀 더 리얼한 관찰예능을 표방하는 것입니다.

과연 이런 프로그램들이 문제는 없는 걸까요?

 

삼포세대에게 관찰육아의 가장 큰 아픔은

관찰이 관찰에서 끝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포기해야 했지만 끝내 포기하고 싶지 않은

남의 육아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 출산율)

1.25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19위로

OECD국가 중 단연 최하위입니다.

낳지 못하는 아이를 TV로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관찰예능,

그 중에서도 육아 버라이어티의 득세가

달갑지 많은 않은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리얼육아를 할 수 있을까요?

 

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

아이 한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

 

저 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라가 나서야 합니다.

프랑스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큽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초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는

합계출산율 2명을 넘으며 유럽 최고의 출산국가가 되었습니다.

 

임신수당, 출산보조금, 출산·육아휴직, 무상공교육 등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출산율을 높였습니다.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정책과 세련된 접근법,

함께 키운다는 사회적 인식이 정착되어야 합니다.

 

답이야 늘 뻔 하지만 과정은 어렵기만 합니다.

과연 우리도 프랑스의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찰육아가 리얼육아가 될 수 있을지

나와 우리 세대의 몇 년 후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