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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글상자/일상 및 기타17

할아버지의 전쟁 온 식구가 모여 긴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때면, 할아버지는 늘 식탁의 제일 끝 상석에 앉으셨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그 자리에는 늘 소주병이 있었고, 어떤 날은 밥보다 술잔을 더 많이 기울이기도 하셨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상을 물리고 벽에 기댄 채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전쟁 이야기를 넋두리처럼 늘어놓으셨다. “선임 하사가 지시하고… 여기 저기 뛰어 다니고… 총알이 날아다니고...” 나는 할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어제도 그제도 들었던 그 이야기를 또 들었다. 그러면 숙모는 나에게 ‘얼른 방으로 들어가라’고 미련하다는 듯이 핀잔을 줬다. “제주도에 군사학교로 가서… 하사관 훈련을… 사람이 하나둘씩 죽어가고...” 매일 똑같은 무용담은 한 시간이고.. 2020. 6. 29.
[글쓰기 특강 1] 써야 글이다 * 이 글은 2016년 8월 4일 홈페이지에 쓴 글을 옮긴 것입니다. [전문]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합니다. 물론 저에게도 글쓰기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관계없이,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글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합니다. 칭찬 뒤에는 어김없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냐’는 물음이 따라옵니다. 그리곤 ‘타고난 것이다’ 혹은 ‘책을 많이 읽었다’ 며 각자가 생각하는 답까지 함께 말하곤 합니다. 사실 저는 글쓰기는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독서량과 글쓰기 수준이 비례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많은 비결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글.. 2017. 8. 2.
3월 7일 [생명의 삶] 하나님의 시선은 늘 우리 내면을 향합니다 ▷ 성경본문 : 마태복음 23장 23-28절23 너희에게 화가 있을 것이다. 율법학자와 바리새파 위선자들아! 너희는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를 바치면서 율법 가운데 더 중요한 정의와 자비와 신의는 무시해 버렸다. 그러나 십일조도 바치고 이런 것들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했다. 24 앞을 못 보는 인도자들아! 너희가 하루살이는 걸러 내고 낙타는 삼키는구나.25 너희에게 화가 있을 것이다. 율법학자와 바리새파 위선자들아! 너희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잘 닦으면서 그 안은 욕심과 방탕으로 가득차 있구나. 26 눈먼 바리새파 사람들아! 먼저 잔 속을 깨끗이 닦으라. 그래야 겉도 깨끗해질 것이다. 27 너희에게 화가 있을 것이다. 율법학자와 바리새파 위선자들아! 너희는 하얗게 칠한 무덤과 같다. 겉은 그럴듯.. 2016. 3. 7.
[천일야화 프로젝트] 1. 청춘 청춘 밤하늘에 별들이 서로 다른 빛을 내듯나 비록 밝게 빛나지 못해도나도 별이다 들판의 꽃들이 모두 다르게 피듯나 아직 꽃 피우지 못했어도나도 꽃이다 꿈 밖에 없는 내 청춘내 작은 꿈조차 세상이 몰라줘도끝내 빛나지 않더라도끝내 꽃 피우지 못해도 나도 너도 우린 모두 별이다우린 모두 꽃이다 그래 우린 모두 청춘이다 2016. 2. 4.
[참 좋은 시절] 2014.10.19. 나이 80. 여전히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어르신. 마른 논 같이 갈라지고 딱딱해진 손과 더 이상 펴지 못하는 아프기만 한 허리.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릴 땐 구박받고 결혼해선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다 키워 놓은 아이들에게 치인 한 많은 나이 80. 이젠 돌보는 이 하나 없고 푸념을 들어줄 말동무 하나 없는 외딴 시골 마을의 늙어버린 노인 아쉬움도 미련도 아닌 후회만 남은 인생. 아픈 몸을 이끌고 차를 얻어 타고 오랜만에 집 밖으로, 한참 만에 읍내로 처음으로 복지관을 찾은 한 어르신, 어르신에게서 일의 의미를 배웁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는 재단의 미션이 봉화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는 복지관의 사명이 그저 공허한 외침이 아님을 이 어르신에게서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여.. 2014. 10. 19.
공감하지 못하는 세상 우리 마음엔 조그만 땅이 있습니다. 가까이 지내며 서로 왕래하던 땅이었는데 땅은 점점 갈라지고 그 틈을 물이 메워... 우리는 어느새 모두 섬이 되고 말았습니다. 큰 땅에서 조그만 자리를 차지했을 땐 우리의 마음이 서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내가 아프면 너도 아픔을 느꼈었는데 이젠 서로의 외치는 소리가 공허하기만 합니다. 나도 언젠가는 같은 아픔을 겪을 거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은 품을 여유조차 없어졌고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투쟁심은 앞가림도 못하는 철부지라는 메아리로 돌아옵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무감각하게 만들었을까요?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무심하게 만들었을까요? 1. IMF –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IMF 이전에는 그래도 다양성과 명분이 존중받았습니다. 인문계열에서는 철학을 자연계.. 2014. 10. 15.
할매 할매 할매는 태어날때부터 할매였나 할매도 기집아 였을때가 있었고 할매도 가시나 였을때가 있었나 할매도 할배한테 혼나기도 하고 할매도 할매한테 재롱도 부렸나 할매도 학교다녔던 어린시절이 꿈많던 소녀시절이 진짜있었나 몰래 할배만나 사랑을 나누고 미래를 꿈꾸던 그때가 있었나 할매도 화장하고 빼딱구두 신던 왕년에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나 할매도 아들딸 낳고 살림하던 엄마로 불리던 그때가 있었나 할매 꿈은 뭐였나 할매는 뭐가 되고 싶었나 이래 늙고 싶지는 않았을거 아이가 이래 죽고 싶지는 않았을거 아니가 할매 할매는 태어날때부터 할매였나 할매 왜 말이 없나 2014. 6. 22.
노인을 위한 나라 전 세계 10억 명이 하루 1달러로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세계에는 제 3세계만 포함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빈곤에 찌든 노인들이 참으로 많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건강 수명은 67세에 불과하다. 결국 인생의 1/3은 아프면서 죽어간다는 말이다. 젊어서는 전쟁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산업화를 겪으며 노동에 온 힘을 쏟고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노인 그러나 지금 그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나이 드는 것도 죄요, 아픈 것도 죄다.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25%에 불과하고 의료보험 보장성은 60%가 되지 않는다. 수입은 없고 지출만이 있을 뿐이다. 국민연금마저 받지 못하는 농촌의 노인이나 여성 노인의 경우는 어떨까 여성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74... 2014. 5. 25.
[2014.05.18] 걱정을 걱정하다 기우(杞憂)라는 말은 기나라 사람의 걱정이라는 뜻입니다. 옛날 중국 기나라 사람이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하나?" 하고 걱정했던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사람들의 걱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걱정의 40%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 걱정의 30%는 이미 지나간 일, 걱정의 22%는 사소한 것,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버씽킹_overthinking 이라는 말은 지나치게 걱정이 많아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걱정을 더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너지지 않을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고 그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더해가고 있습니다. 단, 4%의 걱정만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걱정일 뿐입.. 2014. 5. 18.
할머니와 운동회 할머니와 운동회 초등학교 때 어버이날이 되면 마을 대항으로 운동회를 했다. 어릴 땐 더 뚱뚱하고 둔했던 나는 운동회가 너무도 싫었지만 운 좋게도 우리 마을은 늘 1,2등을 다투는 운동 잘하는 마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개인 달리기가 늘 문제였다. 운동회의 꽃은 계주와 줄다리기였지만 운동회의 시작은 개인 달리기였다. 아프다고 거짓말도 해보고 화장실에 숨어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네 명씩 달리는 이 시합엔 왜 나만 빼고 다 잘 달리는 아이들일까 생각하지만 실상은 어느 조에 들어가서 달려도 어차피 늘 꼴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달리기는 고작 50여 미터에 불과했던 것 같다. 물론 승부는 초반 10미터에 이미 그들만의 경쟁이 되었지만 말이다. 1등은 공책 3권, 2등은 2권, 3등은 1권을 받았.. 2014.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