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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글상자/정치와 경제

[2014.06.04] 투표하는 국민은 항상 옳습니다.

by j제이디 2014. 6. 4.

지난 토요일 잠시 시간을 내어 사전투표를 했습니다.

자신의 주소지가 아니더라도 투표가 가능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사전투표가 무려 일주일간 진행되고

사전투표만으로 투표율이 30%를 상회한다고 합니다.

 

이틀간 진행된 제6회 지방선거의 사전투표율이 11.49%로 집계되었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도입된 사전투표가 전국단위에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11.49%는 이전 사전투표율의 2배에 육박합니다.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통계의 오류와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보입니다.

 

세대별 사전투표율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은 연령은 20대 이하입니다.

전체 연령 평균보다 무려 4%이상 높은 15.97%를 기록했습니다.

언론에서는 2030을 묶어 5060과 비교하며 보수결집의 이상한 논리를 내세웁니다.

20대 이하의 사전투표는 군인과 경찰이 대부분인데 말입니다.

 

물론 20대의 마지막 나이인 저도 사전투표를 했고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연령과 관계없이 그 자체만으로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비롯한 통계자료는 늘 악용되어 왔습니다.

선거 여론조사는 출처, 대상, 연령, 응답률, 기간별 추이까지 모두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의 악의적 여론조사를 기억합니다.

특정 정당의 후보들에게 크게 앞서는 조사였으나 결과는 박빙 이었습니다.

반대로 이번에는 낮은 여론조사 결과로 세를 결집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우리는 보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똑똑하게 투표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왜 투표를 해야 하는 걸까요?

투표권을 얻기 위해 왜 많은 사람들은 죽어야만 했을까요?

 

 

 

 

1. 투표권을 얻기까지

참정권은 국민이 국가 정책이나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권리입니다.

선거권은 유권자로서 투표를 할 수 있는 참정권의 대표적인 권리입니다.

오늘날 모든 국가는 만 21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참정권과 선거권은 당연하게 얻어진 것은 아닙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조선시대나 일제 강점기때 참정권이 있었을 리 만무합니다.

왕을 우리의 손으로 직접 뽑는 다는 것 그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습니다.

일부 특권계층의 남자들에게만 한정적으로 부여되었던 참정권은

신분 계급으로부터, 신분 계급의 철폐 이후에는 재산권에 따라 확대되었습니다.

 

여성의 참정권은 20세기에 들어서 여성 해방 운동 이후 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참정권은 1948년 법적으로 성인남녀에게 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의 대표자를 뽑기 시작한 것이 불과 60여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영주권을 얻은 지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도 지방선거권이 주어집니다.

 

짧은 시간에 급격히 확대된 참정권은 많은 사람들의 피 흘려 쟁취한 것입니다.

정치 선진국인 영국에서는 1830~40년대 노동자들의 차티스트 운동이

1903년 여성사회정치동맹이 결성되어 여성참정권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1918년부터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1928년부터 전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되었습니다.

 

 

2. 투표해야 하는 이유

우리 회사의 사장은 아무리 싫어도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부장, 과장, 팀장, 대리 그 어느 누구도 내가 뽑을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마을을 대표할 사람들, 시장과 군수,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마저도 내가 직접 뽑을 수 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가 투표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사장이 부하직원을 뽑고 그 부하직원의 부하직원이 나를 뽑습니다.

아무리 부당한 요구를 받고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웬만하면 참고 견뎌야 합니다.

그런데 참정권이 보장한 11표의 선거권은 이를 거스릅니다.

 

우리 회사의 사장도 한 표, 나도 한 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각각의 표는 1:1의 비율로 동등한 가치를 가집니다.

이 한 표 때문에 높은 사람들이 나에게 손 내밀고 굽신 인사를 합니다.

이 한 표 때문에 위로부터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존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콰이터트는 모든 것이 정치이나 정치가 모든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투표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투표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는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3. 투표하는 방법

투표는 대기시간을 포함하더라도 아무리 길어도 10분 안에 끝이 납니다.

실제 투표용지를 받고 투표하기 까지는 1분이면 충분합니다.

이 짧은 1분의 시간이 앞으로의 4년을 결정하고 우리 삶을 바꿉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고 어떤 사람을 뽑지 말아야 할까요.

 

우리나라는 복수정당이 활동하는 정당정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자 개인보다 정당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당에 속한 개인은 정당의 정강과 정책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의 됨됨이 못지않게 정당의 됨됨이를 잘 살펴야 합니다.

 

정당은 그 정당이 내세우는 구호만 주의 깊게 봐도 성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나의 정치적 신념과 정당이 내세우는 가치가 일치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물론 정당정치라고는 하나 개인의 자질과 역량도 중요하므로

개인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내세우는 공약을 보고도 판단이 가능합니다.

 

공약이 정말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에서 후보자의 경력과 공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이니스트 홈페이지에서는 공약 블라인드 테스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당과 후보자를 가리고 공약만으로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은 투표하거나 안하거나 둘 중에 하나일 텐데

그동안은 어르신들은 투표하고 젊은 층은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투표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어르신 중심의 정책을 펴는 정당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벌 중의 하나는 자신보다 저급한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 일입니다.

 

 

4. 바뀌어야 할 것들

그렇다면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잘 살펴서 투표하기만 하면 완벽할까요?

저는 처음 투표권이 주어진 이래 지난 10년 가까이 모든 선거에 참여했습니다.

두 번의 대선과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와 재보궐 선거까지

모든 선거에 참여했지만 제 표는 모두 죽은 표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지역구에 1명의 대표자를 뽑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기반이 확고한 두 개의 정당이 활동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정당에 반대하는 성향을 가진 유권자의 표는 영원히 사표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표를 줄이기 위한 대안이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중대선거구제입니다.

 

우리나라는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데 이중 18%54명을 비례대표로 선출합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300명을 개인과 정당 1:1의 비율로 선출합니다.

, 50%인 무려 150명을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고 지역주의를 탈피하고 거대정당을 막을 수 있습니다.

 

1개의 선거구에서 2~3인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을 중선거구제,

4인 이상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을 대선거구제라고 합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마찬가지로 중대선거구제도 지역기반 정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고

군소 정당의 진입이 쉬워져 국민의 다양한 생각을 반영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2년 대선당시 정동영 의원이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지역기반이 확실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당장에 선거제도의 개선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가치를 갖기 위해 제도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5. 투표 이후의 일상

우리가 선거에 참여하고 선거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선되는 것만큼

우리가 일상에서 선거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투표를 하는 것은 주인이 되는 당연한 권리일 뿐

투표에만 그치면 하루만 주인으로 살고 남은 4년은 종으로 살게 됩니다.

 

우리 삶의 모든 일들이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은 우리가 뽑은 사람들의 생각과 결정대로 움직입니다.

우리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들이 가진 권한들이 권력이 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해서라도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라고 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시작은 선거이고 시민의 힘은 투표권입니다.

역사는 한 개인이 아니라 그 개인을 선택한 국민이 써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국민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닐지라도 투표하는 국민은 항상 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