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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글상자/사회와 문화

전체주의 : 그들은 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가?

by j제이디 2015. 11. 12.

전체주의 : 그들은 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가?

 

1. 분서갱유(焚書坑儒)

기원전 221,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천하를 통일한 시황제는 이전의 봉건제를 폐지하고 중앙집권제를 채택합니다. 시황제는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많은 학자와 학파들이 자유롭게 사상과 학문을 펼쳤던제자백가(諸子百家) 시대를 끝내며 법가사상을 유일한 사상으로 채택합니다.

시황제는 왕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법가 서적 및 의약, 복서(점괘), 농업 등에 관한 서적을 제외한 모든 서적을 불태워 버리는 분서(焚書)를 실시하고 이에 반대하는 사상가들을 생매장하여 죽여 버리는 갱유(坑儒)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2,200년 전,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던 진시황제는 수많은 책을 불태우고 460여 명의 사람을 매장하는 분서갱유의 비극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EBS 동영상 '분서갱유(철저한 사상통제)'

 

2. 나치의 분서갱유(öffentliche Bücherverbrennung)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모든 위대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은 두 번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헤겔은 위대으로 표현했지만, 세계사의 중요한 일은 어느 시간, 어디에선가는 반드시 반복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단지 2천 년 전의 비극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서갱유 사건이 1933, 헤겔의 나라 독일에서 다시 반복됩니다.

1933, 국회를 해산하고 내각의 수상이 된 히틀러는 같은 해 5, 오페라 광장에서 하인리히 하이네, 칼 마르크스, 에리히 캐스트너 등 자신을 비판하는 작가들의 책을 불태우는 분서를 자행하게 됩니다.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책을 불사르는 것은 오직 시작이다. 그는 결국 인류도 불태우게 된다.’는 말로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인 제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대학살 등 갱유를 경고했습니다.

다시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던 오래된 비극이 다른 생각, 다른 색깔을 인정하지 못했던 히틀러와 나치에 의해 더 큰 비극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

 

3.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난 113,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하면서 후폭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교과서는 발행체제에 따라서 크게 자유발행, 인정제, 검정제, 국정제로 나누어집니다. OECD 국가 중 교과서 국정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단 하나도 없으며, 검정제, 인정제를 거쳐 민간의 자유발행제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교과서 발행제도

 

UN2013년 총회 특별보고서에서 국가주도의 단일한 역사교육은 특정한 이념을 일방적으로 주입하기 위한 도구가 될 위험성이 있다. 단일 역사 교과서만을 승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분명히 반대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노태우정권 시절인 1992,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는 역사 과목의 경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만이 실시하고 있는 교과서 발행 국정제. 2015년의 대한민국 정부는 왜 UN, 군사정권 시절의 헌법재판소도 반대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시계를 되돌리려 할까요.

 

 

4. 올바른 통합? 한 번 더 분서갱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국민통합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지만, 이 발언은 역사와 민주주의에 무지한, 나아가 역사와 민주주의에 반하는 말입니다. 하나의 눈에 모든 역사를 담을 수 없으며, 그 역사만이 바른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귀족제, 군주제, 독재체제에 반하는 정치용어로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제도입니다.

박근혜 정권 출범이후 자신을 지지한 51%를 위한 대한민국, 부자를 위한 10% 대한민국, 재벌을 위한 1% 대한민국을 지나 이제는 0.1%만을 위한 대한민국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으면 종북, 생각이 다르면 좌파로 몰아붙이며 분열을 일삼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다른 교과서를 물리적으로 불태우지 않았을 뿐, ‘분서한 것에 다름없고, 하인리히 하이네의 말처럼 분서이후에는 사람을 땅에 묻고 죽이지 않을 뿐, ‘갱유가 따라올 것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을 역사가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의도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장폐천(以掌蔽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비극적이며 필연적으로 역사는 반복되며(History repeats itself),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윈스턴 처칠(1874-1965)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