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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의 기록/지희네 이야기

사랑하는 지희에게

by j제이디 2017. 8. 2.

* 이 글은 2017년 6월 16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전문]


 우리가 결혼한지도 벌써 3년째, 함께하는 당신의 생일이 이젠 당연한 일이 되었네. 문득 작년 당신의 생일이 생각이나. 우리 결혼하고 함께 맞는 당신의 첫번째 생일이었지만 부끄러운 내 손에는 작은 엽서 한장만이 들려 있었지. 좋은 일 한다고 늘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정작 당신에게는 작은 선물하나 챙겨주지 못했었지. 그런데도 당신은 그 짧은 엽서 한장에 진심으로 기뻐했고 감동했었지. 엊그제 같았던 그 일이 벌써 일년 전의 일이라니 새삼스럽게 시간은 참 빠르게도 흘러감을 느껴. 그래도 올해는 당신이 좋아할 작은 선물을 함께 전할 수 있으니 조금이나마 내 맘이 놓이네.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변해가는 당신의 모습에 늘 고마움을 느껴. 20대 어렸던 우리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당신은 내게는 최고의 아내로 우리 가족에게는 하나뿐인 예쁜 며느리로 변해갔지. 그에 반해 나는 당신에게 늘 부족한 남편이고 처가에는 모자란 사위가 아니었는지 나를 돌아보게 돼. 늘 우리 가족을 존중해 주고 나를 치켜 세워주는 당신, 참 고마워.



 결혼 이후 우리 가족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아버님의 건강 문제였지. 안그래도 성치않으신 몸인데 두 번의 큰 수술에 지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활의 과정인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같은 어두운 시간도 당신이 함께이기에 아버님과 우리 모두가 견뎌오고 있는 것 같아. 아버님을 향한 당신의 헌신적인 사랑을 보며 한편으로 참 고맙고 또 한편으로 참 대견하기도 해. 당신에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왜 우리에게 안좋은 일들만 생기는지 혼자 원망하고 불평하기도 했어. 하지만 그때마다 당신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때로 흔들리는 당신을 붙잡을 힘이 내게 생기기도 했어. 당신과 함께 살며 성숙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당신에게 또 고마움을 느껴.



 결혼하기 전 나는 당신에게 나와 결혼하면 늘 좋은 일들만 가득할거라고 했었지.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을 바꿔야 되겠어. 우리에게 늘 좋은 일들만 가득하진 않겠지만 우리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우리에게 슬픔이 밀려와도 내가 당신을 혼자 두지 않겠다고, 때론 아픈 날들도 함께 견디자고. 내가 언제까지나 당신과 함께 하겠다고 말할게.



 나 밖에 모르고 살던 철없던 내가 당신을 만나고 당신에게 더 좋은 사람, 더 멋진 남편이 되겠다고 다짐해. 그만큼 당신은 내게 소중한 사람, 참 고마운 사람이야. 태어나줘서 내게로 와줘서 함께해줘서 고마워.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2017년 6월 15일


 당신의 32번째 생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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