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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스포츠/메이저리그 스토리

BIG-GAME PITCHER, 범가너는 무엇을 던졌나?

by j제이디 2017. 8. 2.

* 이 글은 2016년 10월 7일에 홈페이지에 쓴 글을 옮긴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매디슨 범가너는 지난 9월 30일, 자신의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통산 100승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아직 27살에 불과한 어린 선수가 리그 에이스급 선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그러나 ‘에이스’라는 단어로 범가너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 선수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빅게임 피쳐(BIG-GAME PITCHER)’입니다. 정규시즌에도 좋은 투수이지만 포스트 시즌이 되면 범가너는 역대 최고의 빅게임 피쳐로 불리는 밥 깁슨, 커트 실링, 마리아노 리베라 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뛰어난 선수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한 경기에 모든 것이 걸려있는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범가너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최고의 빅 게임 피쳐 – 밥 깁슨, 커트 실링, 마리아노 리베라, 매디슨 범가너

 

▶ Best BIG-GAME PITCHERS

– 깁슨 : 9경기(8완투/2완봉), 81이닝, 7승 2패, ERA 1.89, 우승 2회, MVP 2회

– 실링 : 19경기(4완투/1완봉), 133.1이닝, 11승 2패, ERA 2.23, 우승 3회, MVP 1회

– 리베라 : 96경기, 141이닝, 8승 1패 42세이브 4블론, ERA 0.70, 우승 5회, MVP 1회

범가너 : 15경기(3완투/3완봉), 97.1이닝, 8승 3패 1세이브, ERA 1.94, 우승 3회, MVP 1회

 

 1981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세인트루이스의 전설 밥 깁슨은 3차례 월드시리즈에서 각각 3경기씩 등판해 8완투/2완봉으로 팀에게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2개를 선물했습니다. 1964년과 1967년 모두 월드시리즈 7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완투승을 올렸고, 1968년에는 아쉽게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9이닝 4실점 완투패를 기록했습니다.


 피 묻은 붉은 양말로 유명한 커트 실링은 2001년 애리조나에서 랜디 존슨과 원투펀치를 이루며 생애 첫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하게 됩니다. 월드시리즈 1,4,7차전 선발 등판해 1승 ERA 1.69를 기록했습니다. 2004년과 2007년에는 보스턴 소속으로 뛰며 밤비노의 저주를 날리는데 일조했습니다.


 샌드맨 마리아노 리베라는 포스트 시즌의 전설입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리그를 지배했던 뉴욕 양키즈의 마무리투수 였기에 무려 포스트시즌 96경기 출장에 141이닝을 투구했습니다. 많은 경기 출장에 많은 이닝을 투구했지만 포스트 시즌 리베라가 기록한 패배는 단 1패였습니다. 물론, 한국 팬들에게는 김병현 선수가 소속되었던 애리조나와의 경기였기에 기억에 크게 남아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리베라는 포스트 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0.70을 기록하며 팀에 5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선물했습니다.


2014년 우승 반지를 낀 범가너


 엄청난 기록을 작성한 전설의 세 선수지만 가을 범가너라면 그 어떤 투수도 부럽지 않습니다. 페넌트레이스의 에이스가 가을이 되면 더 강한 투수가 되어 나타납니다.


▶ 큰 경기에 더 강한 범가너

– 정규 : 217경기, 1397.2이닝, 100승 67패, ERA 2.99

– 포시 : 15경기, 97.1이닝, 8승 3패, ERA 1.94

– 월시 : 5경기, 36이닝, 4승 1세이브, ERA 0.25


 현역 선수 중 1000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를 기준으로 보면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선수가 딱 2명이 있습니다. 역대 최고의 선수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ERA 2.37)와 빅게임 피쳐 매디슨 범가너(ERA 2.99)가 그 주인공입니다. 라이브볼(1920년) 시대 이후 27세 시즌까지 개인 통산 100승을 기록한 선수로 역대 47명밖에 없었고, 올해 매디슨 범가너가 48번째 선수가 되었습니다. 커쇼라는 당대 최고의 선수와 함께 뛰는 불운(?)으로 범가너의 성적이 다소 부족해 보일 수는 있으나 범가너도 십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투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봤을 때도 말입니다.


▶ multiple sudden death game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

1위. 23이닝 : 매디슨 범가너

2위. 17이닝 : 저스틴 벌랜더

3위. 10이닝 : 잭 모리스


 범가너의 진가는 큰 경기에서 나옵니다. 포스트시즌 15경기 평균자책점은 정규시즌보다 1점 이상 낮아집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에서는 통산 5경기에 등판해서 0.25의 경이적인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에 있습니다. 또한 한 경기로 양 팀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기(multiple sudden death game / Winner-take-all game)에서 2경기 이상 완봉승한 최초의 투수이며 총 3차례 선발 등판해서 2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습니다. 그야말로 가을 샌프란시스코의 끝판 대장인 셈입니다.


포스트시즌 원정 경기 ERA 순위

 

▶ 범가너의 포스트시즌 원정경기

– 포시전체 : 15경기, 97.1이닝, 8승 3패, ERA 1.94

– 포시원정 : 8경기, 53.2이닝, 6승 1세이브, ERA 0.50


 오늘 경기를 포함해서 범가너는 통산 포스트시즌 원정경기에서 8경기(6선발/2구원) 출장 6승, 평균자책점 0.50을 기록 중입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원정경기에서 25이닝 이상 투구한 선수 중 단연 1위입니다. 범가너 아래에 있는 선수가 밥 깁슨, 마리아노 리베라, 샌디 코팩스입니다.


– Away Sweet Away

#1. 2010 NLDS @ ATL : 6이닝 6피안타 5탈삼진 2실점 (선발)

#2. 2010 NLCS @ PHI : 2이닝 3피안타 1탈삼진 0실점 (구원)

#3. 2010 WS @ TEX : 8이닝 3피안타 6탈삼진 0실점 (선발)

#4. 2014 NLWC @ PIT : 9이닝 4피안타 10탈삼진 0실점 (선발)

#5. 2014 NLCS @ STL : 7.2이닝 4피안타 7탈삼진 0실점 (선발)

#6. 2014 WS @ KCR : 7이닝 3피안타 5탈삼진 1실점 (선발)

#7. 2014 WS @ KCR : 5이닝 2피안타 4탈삼진 0실점 (구원)

#8. 2016 NLWC @ NYM : 9이닝 4피안타 6탈삼진 0실점 (선발)



▶ 오늘 경기 기록 (2016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 9이닝, 4피안타, 6탈삼진, 0실점


 오늘 경기 완봉승으로 범가너는 팀의 100년 선배인 크리스토퍼 매튜슨 다음으로 많은 3회의 완봉승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오늘 경기 완봉은 역사상 최초로 multiple sudden death game에서 2회 완봉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 크리스토퍼 매튜슨(뉴욕 자이언츠) 포스트시즌 완봉 기록

#1. 1905 WS @ PHA : 9이닝 4피안타 6탈삼진 / 게임스코어 85

#2. 1905 WS @ PHA : 9이닝 4피안타 8탈삼진 / 게임스코어 86

#3. 1905 WS vs PHA : 9이닝 5피안타 4탈삼진 / 게임스코어 81

#4. 1913 WS @ PHA : 10이닝 8피안타 5탈삼진 / 게임스코어 80


 대한제국 광무 9년인 1905년에 뉴욕 자이언츠에서 뛰던 크리스토퍼 매튜슨의 단일 월드시리즈 3완봉 기록은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1913년에는 월드시리즈에서 10이닝 완봉승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크리스토퍼 매튜슨의 위 4경기 완봉 기록이 매디슨 범가너의 3회 완봉보다 1회 더 많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최다 완봉승 기록입니다.


끈질기게 높고 빠르게

 

▶ High High High

 그런데 범가너가 무엇을 던지 길래 타자들이 치지 못할까요. 범가너는 9이닝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면서 총 32명의 타자를 상대했습니다. 피안타 4개(2루타 1개 포함)와 볼넷 2개(고의사구 1개 포함)를 허용하며 6명에게 출루를 허용했고, 아웃카운트 27개는 탈삼진 6개, 플라이 아웃 11개, 그라운드 아웃 6개, 라인아웃 3개로 채웠습니다.


 범가너는 오늘 9이닝 동안 총 119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 중 78개가 스트라이크 일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습니다. 특히 경기 초반 3이닝을 매 이닝 공 7개로 끝냈는데, 적극적인 패스트볼 구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 기록한 플라이 아웃 11개 중에서 팝플라이 4개는 경기 초반에 집중되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높은 패스트볼을 연거푸 던지며 타자들을 압도했습니다. 포지와 범가너 배터리는 끈질기게 높은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밀어붙였습니다.


이닝별 패스트볼/오프-스피드 구사 비율


 오늘 경기에서 범가너가 던진 구종을 이닝별로 살펴보면 초반 3이닝에 큰 특징이 드러납니다. 1,2,3회에 각각 7개의 공 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총 21개의 공 중에서 무려 19개를 패스트볼 계열의 공을 던졌습니다. 세스페데스와의 첫 타석 대결이 가장 대표적인 장면으로 4개의 공을 모두 높은 패스트볼만 던지며 팝 플라이를 잡아냈습니다.


커브-커브-커브-커브-커브


 반면 타순이 한 바퀴 돈 4회 부터는 변화구(오프-스피드) 비중이 크게 늘어납니다. 위의 그림에 나오는 6회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와의 대결이 결정적안 장면이었습니다. 경기 초반 패스트볼만 던지던 범가너가 이번에는 1구부터 5구까지 커브볼만 던져댑니다. 높이는 당연히 타자의 벨트 아래였고, 마지막 6구에 포심 패스트볼을 선택했지만 높게 투구되며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포지와 범가너의 이런 볼 배합이 메츠 타자들의 머리를 상당히 복잡하게 했음은 분명합니다.


 한편 범가너의 오늘 경기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1.9마일(147.8Km)이 나왔습니다. 이는 자신의 올 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인 90.95마일보다는 1마일 가량 높게 나온 것이지만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인 93.04마일보다는 빠르지 않은 구속입니다. 상대 선발인 ‘토르’ 노아 신더가드가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체감 구속이 더 낮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범가너는 포지와의 조합, 가을야구 경험, 강한 멘탈, 긴 익스텐션으로 이를 이겨냈습니다. 범가너의 익스텐션은 메이저리그 전체 3번째로 긴 204.5Cm로 평균적인 투수들보다 15.9Cm 더 타자들 가까이에서 공을 던지는 좌완투수라는 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구속을 보완해줬습니다.


▶ #Mad_Bum #BeliEVEN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준 범가너


 범가너는 오늘 경기 승리로 무수히 많은 포스트시즌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의 팬들은 신뢰를 넘어서 경외감을 보이고 있고, 상대 팀의 팬들은 포스트 시즌의 범가너 그 이름만으로도 두려움이 앞서기까지 합니다. 범가너가 언젠가는 포스트 시즌에서 무너지는 경기도 있고 오늘보다 더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그의 경기를 지켜보면 되겠습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고의 투수가 여기 있습니다. 빅게임 피쳐 매디슨 범가너가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