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1 할아버지의 전쟁 온 식구가 모여 긴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때면, 할아버지는 늘 식탁의 제일 끝 상석에 앉으셨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그 자리에는 늘 소주병이 있었고, 어떤 날은 밥보다 술잔을 더 많이 기울이기도 하셨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상을 물리고 벽에 기댄 채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전쟁 이야기를 넋두리처럼 늘어놓으셨다. “선임 하사가 지시하고… 여기 저기 뛰어 다니고… 총알이 날아다니고...” 나는 할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어제도 그제도 들었던 그 이야기를 또 들었다. 그러면 숙모는 나에게 ‘얼른 방으로 들어가라’고 미련하다는 듯이 핀잔을 줬다. “제주도에 군사학교로 가서… 하사관 훈련을… 사람이 하나둘씩 죽어가고...” 매일 똑같은 무용담은 한 시간이고.. 2020. 6.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