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6년 10월 19일 홈페이지에 쓴 글을 옮긴 것입니다.
가을야구 징크스를 깨버린 클레이튼 커쇼가 연일 최고의 피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0일간 4경기에 선발, 구원을 가리지 않고 등판해 2승 1세이브를 거둔 전천후 활약에 힘입어 LA 다저스도 이전과 다른 끈끈한 모습을 보여주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단 2승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30년 전인 1984년, 우리에게도 슈퍼 에이스가 있었습니다. 한국시리즈 5경기 등판에 4승 1패 1세이브. 혼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故 최동원 선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가을에 더욱 불타오르는 메이저리그의 전설들과 함께 최동원 선수의 기록을 돌아보겠습니다.
▶ 다저스의 마지막 우승, 1988 오렐 허샤이저 (NLCS MVP, WS MVP)
#1. NLCS 1차전 (vs NYM/선발) : 8.1이닝 2실점 / 100구 *ND
#2. NLCS 3차전 (vs NYM/선발) : 7.0이닝 1자책 / ?구 (*3일 휴식) *ND
#3. NLCS 4차전 (vs NYM/구원) : 0.1이닝 0실점 / 3구 (*0일 휴식) *세이브
#4. NLCS 7차전 (vs NYM/선발) : 9.0이닝 0실점 / ?구 (*2일 휴식) *승(완봉)
#5. WS 2차전 (vs OAK/선발) : 9.0이닝 0실점 / ?구 (*3일 휴식) *승(완봉)
#6. WS 5차전 (vs OAK/선발) : 9.0이닝 2실점 / 117구 (*3일 휴식) *승(완투)
– 6경기(5선발/1구원) 42.2이닝 3승 1세이브 ERA 1.05
▶ Big-Game Pitcher, 2014 매디슨 범가너 (NLCS MVP, WS MVP)
#1. NLWC 1차전 (vs PIT/선발) : 9.0이닝 0실점 / 109구 *승(완봉)
#2. NLDS 3차전 (vs WSN/선발) : 7.0이닝 2자책 / 92구 (*4일 휴식) *패
#3. NLCS 1차전 (vs STL/선발) : 7.2이닝 0실점 / 112구 (*4일 휴식) *승
#4. NLCS 5차전 (vs STL/선발) : 8.0이닝 3실점 / 98구 (*4일 휴식) *ND
#5. WS 1차전 (vs KCR/선발) : 7.0이닝 1실점 / 106구 (*4일 휴식) *승
#6. WS 5차전 (vs KCR/선발) : 9.0이닝 0실점 / 117구 (*4일 휴식) *승(완봉)
#7. WS 7차전 (vs KCR/구원) : 5.0이닝 0실점 / 68구 (*2일 휴식) *세이브
– 7경기(6선발/1구원) 52.2이닝 4승 1패 1세이브 ERA 1.03
▶ 10일간 4경기 전천후, 2016 클레이튼 커쇼
#1. NLDS 1차전 (vs WSN/선발) : 5.0이닝 3실점 / 101구 *승
#2. NLDS 4차전 (vs WSN/선발) : 6.2이닝 5실점 / 110구 (*3일 휴식) *ND
#3. NLDS 5차전 (vs WSN/구원) : 0.2이닝 0실점 / 7구 (*1일 휴식) *세이브
#4. NLCS 2차전 (vs CHC/선발) : 7.0이닝 0실점 / 84구 (*2일 휴식) *승
– 4경기(3선발/1구원) 19.1이닝 2승 1세이브 ERA 3.72
1988년 허샤이저는 17일 동안 6경기에 등판해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5의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는 평균 8.5이닝의 경이적인 이닝이팅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휴식 없이 구원 등판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 구원 등판 후 단 2일간 휴식 후에 완봉승을 거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은 경이적인 허샤이저의 1988년 중에서도 백미였습니다. 총 6경기 등판 중에서 단 한경기도 3일을 초과한 휴식 후 등판은 없었습니다.
2014년 범가너는 1988년 허샤이저보다 무려 10이닝을 더 던졌는데도 평균자책점은 허샤이저보다 더 낮은 1.03을 기록했습니다. 범가너는 선발 등판한 6경기를 모두 4일 휴식 후에 던졌고, 7번째 경기였던 월드시리즈 7차전은 이틀 휴식 후 구원으로 등판해 무려 5이닝 세이브를 거뒀습니다. 범가너가 가을, 특히 2014년 가을에 보여준 피칭은 역대 최고의 빅게임 피쳐인 밥 깁슨, 커트 실링, 마리아노 리베라의 퍼포먼스를 능가하는 역대 최고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6년, 올해의 커쇼는 허샤이저나 범가너에 비해서는 투구이닝이 적고 평균자책점이 높지만 그간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던 가을 징크스를 깨고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전천후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허샤이저 보다 평균 이닝이 더 높고, 커쇼보다 더 짧은 휴식을 취하고, 범가너의 5이닝 구원과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선수가 1984년 우리에게도 있었습니다. 전무후무 최고의 한국시리즈 퍼포먼스를 보여준 故 최동원 선수입니다.
1984년, 최동원은 정규 시즌에서 선발 20경기(14완투)를 포함해 총 51경기에 출장해 무려 284.2이닝을 던지고 27승을 거뒀습니다. 단일 시즌 최다 이닝과 승리 모두 1983년 장명부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입니다. MVP는 당연히 최동원의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최동원은 한국시리즈가 치러진 10일 동안 무려 5경기(4선발)에 등판해 40이닝을 던졌습니다. 1984년 한 해 동안만 무려 324.2이닝을 던진 것입니다. 1983년부터 1987년까지 5년간 정규 시즌에서 최동원이 던진 이닝은 총 1209.1이닝. 정말 쉴 새 없이 던지고 던지고 또 던졌습니다.
▶ 1983-1987 연도별 최동원 선수 성적
1983년. 38경기(21선발) 9승 16패 4세이브 / 208.2이닝 / WAR 5.00
1984년. 51경기(20선발) 27승 13패 6세이브 / 284.2이닝 / WAR 9.72
1985년. 42경기(17선발) 20승 9패 8세이브 / 225.0이닝 / WAR 9.88
1986년. 39경기(21선발) 19승 14패 2세이브 / 267.0이닝 / WAR 11.74
1987년. 32경기(22선발) 14승 12패 2세이브 / 224.0이닝 / WAR 7.15
– 합계. 202경기(101선발) 89승 64패 22세이브 / 1209.1이닝 / WAR 43.49
▶ 한국시리즈 5경기 4승, 1984 최동원
#1. 한국시리즈 1차전 (vs 삼성/선발) : 9.0이닝 0실점 / *승(완봉)
#2. 한국시리즈 3차전 (vs 삼성/선발) : 9.0이닝 2실점 / *승(완투) (*2일 휴식)
#3. 한국시리즈 5차전 (vs 삼성/선발) : 8.0이닝 3실점 / *패(완투) (*2일 휴식)
#4. 한국시리즈 6차전 (vs 삼성/구원) : 5.0이닝 0실점 / *승 (*0일 휴식)
#5. 한국시리즈 7차전 (vs 삼성/선발) : 9.0이닝 4실점 / *승(완투) (*1일 휴식)
– 5경기(4선발/1구원) 40.0이닝 4승 1패 ERA 1.80
▶ 롯데 자이언츠 1984년 한국시리즈 투수 성적
– 최동원 : 40.0이닝(8자책) ERA 1.80 / 35탈삼진 11볼넷 / 32피안타(2홈런)
– 나머지 : 21.0이닝(16자책) ERA 6.86 / 11탈삼진 13볼넷 / 23피안타(3홈런)
2016 포스트 시즌에서 LA 다저스의 아웃카운트 중에서 무려 44%를 커쇼와 젠슨이 합작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까지 기록) 그런데 1984년 한국시리즈는 최동원 혼자서 전체 이닝의 2/3을 책임졌습니다. 최동원을 제외한 다른 투수들의 성적이 워낙에 안 좋았지만 10일간 5경기에 등판한 것은 해도 해도 너무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휴식일은 2일-2일-0일-1일. 선발 등판한 4경기는 모두 혼자서 이닝을 책임졌고, 구원 등판한 경기에서도 혼자서 5이닝을 막고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1984년, 다수의 사람들이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예상했습니다. 당시 삼성에는 투수에 김일융-김시진, 타자에 이만수-장효조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열세인 롯데 자이언츠의 강병철 감독은 최동원 선수를 한국시리즈 1,3,5,7차전 선발로 내세워 우승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1,3차전은 강병철 감독의 계획대로 최동원이 혼자서 승리를 지켰지만 5차전에서는 감독의 계획과 달리 최동원이 완투패하고 맙니다. 이에 벼랑 끝에 몰린 강병철 감독은 5차전 완투한 최동원을 휴식 없이 6차전에 5이닝 구원승을 하게하고 1일 휴식 후 7차전 완투를 하게 합니다. 여기서 바로 “우짜노”가 나옵니다.
▷ 한국시리즈 1,3,5,7차전에 최동원을 선발 예고한 상황
– 강병철 감독 : “동원아, 우짜노 여기까지 왔는데”
– 최동원 선수 : “네, 알았심더. 한번 해보입시더”
실제로 4경기보다 1경기 더 많은 5경기가 될 줄은 최동원도 아마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한국시리즈 7차전 완투승 이후 ‘지금 무엇을 하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고 싶다’고 말했던 최동원 선수는 당일 밤 우승 축하파티에서 코피를 쏟기까지 했습니다.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했지만 다시는 나와서도 안 되는 혹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최동원에게 이런 혹사가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 코리안시리즈 전경기 등판, 1981 최동원
#1. 코리안시리즈 1차전 (vs 육군/선발) : 9.0이닝 3실점 / *패(완투)
#2. 코리안시리즈 2차전 (vs 육군/구원) : 7.0이닝 0실점 / (*1일 휴식)
#3. 코리안시리즈 3차전 (vs 육군/구원) : 7.0이닝 3실점 / (*0일 휴식)
#4. 코리안시리즈 4차전 (vs 육군/선발+구원) : 7.1이닝 3실점 / *승+세이브 (*0일 휴식)
#5. 코리안시리즈 5차전 (vs 육군/구원) : 3.0이닝 0실점 / *세이브 (*1일 휴식)
#6. 코리안시리즈 6차전 (vs 육군/선발) : 9.0이닝 4실점 / *승(완투) (*0일 휴식)
1984년이 오히려 쉬워 보이는 1981년의 최동원입니다. 1981년 실업야구 롯데 자이언트에 입단한 최동원은 팀이 소화한 324이닝 중 206이닝을 혼자 책임지며 17승 4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둡니다. 그리고 육군 경리단과 코리안시리즈에서 맞붙게 되는데 당시 육군에는 1984년의 상대인 김시진과 장효조가 있었습니다. 6차전까지 진행된 코리안시리즈에서 최동원은 전경기에 출장해 2승 1패 2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4차전에서 승리와 세이브를 동시에 달성했는데, 이날 선발이었던 최동원은 7이닝을 던진 후 1루수로 자리를 옮겼다가 팀이 만루 위기에 몰리자 다시 투수로 등판해 위기를 막고 팀의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 진정한 끝판대장, 가을 최동원
1981년. 6경기(3선발/4구원) 42.1이닝 2승 1패 2세이브 ERA 2.32
1984년. 5경기(4선발/1구원) 40.0이닝 4승 1패 ERA 1.80
사실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 뿐만 아니라 선수 생활 내내 팀을 혼자 이끄는 외로운 에이스였습니다. 그리고 지독했던 혹사를 이겨내고 매번 팀에 우승을 안긴 가을의 전설이었습니다. 가을야구 징크스를 이겨낸 클레이튼 커쇼를 보며 문득 우리에게도 최동원이라는 전설이 있었음을 기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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