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6년 7월 19일, 홈페이지에 작성하였던 글을 옮긴 것입니다.
[전문]
우리 헌법 32조에서는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가 임금의 최저기준을 정하도록 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용자로부터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기준을 정해놓은 것이다. 과연 시급 6,470원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충분한 금액인가는 추후에 다뤄보기로 하고 이렇게 터무니없이 적은 시급 6,470원이 과연 지켜지기나 할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원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2016년 3월)’를 보면 민간 기업은 물론이고 공공행정 영역에서도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2016년 3월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무려 264만명(전체 13.7%)이나 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09년 3월 이후 감소추세이던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3월 조사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고, 올해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더욱 주목해야할 점은 ILO(국제노동기구)에서는 최저임금 수혜자를 ‘최저임금의 90~110% 수령 노동자’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2016년 현재, 2017년 수준의 최저임금(6,470원)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ILO 기준으로 보면 최저임금 수혜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박근혜 정부 들어 우리 사회 격차해소에 더 중점을 둔 결과”라는 양심 없는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으니 답답함을 넘어 분노가 솟아오르기까지 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
전체의 13.7%, 무려 7명 중에 한명 꼴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장 근로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준수를 위해 사업장과 사용자를 감시감독 해야할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도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이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공공행정부문의 최저임금 미달자가 무려 13만명에 달하는데, 이는 비율로 보면 전체인 13.7%와 큰 차이가 없는 12.9%에 달한다. 정부가 이러니 민간 기업들에게 더 이상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최저임금이 중요한 이유는 다수의 경우 최저임금이 최대임금이 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보다는 사정이 낫겠지만 최저임금이 지켜진다고해서 사정이 크게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수가 최저임금만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시급제 노동자들의 경우에 더 심각한 문제가 되는데,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이 ‘최대치’가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최저임금이 곧 최대임금
위의 표에서 보듯이 시급제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 미달이 전체의 5.7%, 올해 최저임금 수준인 6,030원이 40.3%, 7천원 이하가 32.0%, 7천원 초과 구간은 비율이 낮다. 최저임금이 곧 임금이 되는 노동자의 비율이 40.3%로 가장 높았고, 7천원 이하가 전체의 78%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위에서 보듯이 우선은 최저임금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겠고 다음은 최저임금이 최대임금이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현실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의 대안으로 ‘생활임금’과 ‘시중노임단가’의 개념이 있다. 생활임금은 1994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지역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의 논의로 처음 시작되어 전 세계 140여개 도시로 확산되었고, 국내에서는 2013년 12월 부천시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광역자치단체로는 서울시가 2015년 최초로 도입해 1,039명이 혜택을 봤다. 올해 기준으로 서울시의 생활임금은 시간당 7,145원으로 최저임금의 117% 수준이다. 생활임금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화성시로 시간당 7,260원이고 안산시와 성남시도 7천원대의 생활임금을 책정하고 있다.
시중노임단가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제조 부문 노동자의 평균 노임으로, 최저임금제의 문제점 중 직종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책정된 것과 비현실적으로 낮은 노임을 현실화 한 것이다. 조사노임중 컴퓨터 기사가 120,614원으로 최대, 단순노무종사원이 65,674원으로 최저를 기록했다. 최저인 단순노무종사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하루 8시간 근로 기준으로 시급이 8,209원에 달한다.
2013년 한 뉴스 화면. 여전히 최저임금은 너무 낮다.
알바노조에서는 이미 4년 전부터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고 있지만 2017년 최저임금이 불과 6,470원에 결정됐다. 노동계의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지만, 이 6,470원 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많으니 최저임금이 오른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일까. 일단은 6,470원부터 잘 지켜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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