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6년 11월 13일 홈페이지에 작성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
내일(14일), 2016 프로야구 MVP와 신인왕 시상식이 있습니다. MVP는 두산 니퍼트와 삼성 최형우가 경쟁 중이지만 신인왕은 넥센 신재영의 수상이 매우 유력합니다. 올해부터 후보 없이 점수제로 변경했지만 신재영 이외에 1위표를 득표할 선수가 없어 보입니다. 신재영의 신인왕 수상을 가정하고, ‘신인’ 신재영이 올해 보여준 기록들을 돌아보고 역대 신인왕들의 기록들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기록은 스탯티즈 기준입니다.)
▶ 역대 신인왕 시즌 WAR TOP 12
1. 8.40 – 염종석(1992/롯데)
2. 8.16 – 박정현(1989/태평양)
3. 8.08 – 조규제(1991/쌍방울)
4. 7.78 – 류현진(2006/한화)
5. 7.50 – 박재홍(1996/현대)
6. 7.35 – 유지현(1994/LG)
7. 6.85 – 양준혁(1993/삼성)
8. 6.46 – 김건우(1986/MBC)
9. 6.09 – 오승환(2005/삼성)
10. 5.60 – 이병규(1997/LG)
11. 5.40 – 김수경(1998/현대)
12. 5.08 – 신재영(2016/넥센)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인왕 수상자는 총 33명이었습니다. 올해 신재영이 34번째 신인왕 수상자인데, 역대 신인왕 수상자 중 해당 시즌에 WAR 5.0을 넘긴 선수는 총 12명이 있습니다. 이 기록은 1980년대 2명, 1990년대 7명, 2000년대 2명이 달성했고, 2010년대는 신재영이 유일하게 신인시즌 WAR 5.0을 넘긴 선수이자 2006년 류현진 이후 딱 10년만의 기록입니다. (지난 시즌 구자욱 4.99) 한편, 역대 신인왕중 유이하게 0점대 WAR을 기록한 선수는 2003년의 이동학(0.57)과 2009년의 이용찬(0.78)이 있습니다.
염종석(1992)-박정현(1989)-조규제(1991년)
▶ 20홈런만큼 귀한 15승 투수
– 신인왕&20홈런 달성자
1. 양준혁(1993/삼성) – 23홈런
2. 이동수(1995/삼성) – 22홈런
3. 박재홍(1996/현대) – 30홈런
4. 김태균(2001/한화) – 20홈런
5. 양의지(2010/두산) – 20홈런
– 신인왕&15승 달성자
1. 김건우(1986/MBC) – 18승
2. 박정현(1989/태평양) – 19승
3. 염종석(1992/롯데) – 17승
4. 류현진(2006/한화) – 18승
5. 신재영(2016/넥센) – 15승
역대 신인왕 수상자 중 20홈런 달성자와 15승 달성자는 각각 5번씩 나왔습니다. 역대 17번째 투수 신인왕 수상자가 될 신재영은 류현진에 이어 10년만에 15승을 달성한 신인왕 수상자가 되겠습니다. 참고로 2006년 류현진은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류현진(2006년)-신재영(2016년)
▶ 신인 15승 투수의 신인 시즌 기록
– 김건우(1986) : 18승 6패, 229.1이닝, ERA 1.81, 102 탈삼진, WAR 6.46
– 박정현(1989) : 19승 10패, 242.2이닝, ERA 2.15, 116 탈삼진, WAR 8.16
– 염종석(1992) : 17승 9패, 204.2이닝, ERA 2.33, 127 탈삼진, WAR 8.40
– 류현진(2006) : 18승 6패, 201.2이닝, ERA 2.23, 204 탈삼진, WAR 7.78
– 신재영(2016) : 15승 7패, 168.2이닝, ERA 3.90, 99 탈삼진, WAR 5.08
올해 15승에 WAR 5를 넘긴 신재영의 기록이 초라해보일 정도로 김건우, 박정현, 염종석, 류현진의 신인왕 시즌은 화려합니다. 이들 네 선수의 평균 기록은 18승 8패, 219.2이닝, ERA 2.12, 137 탈삼진, WAR 7.70입니다. 올시즌 MVP로 거론되고 있는 니퍼트의 기록이 22승 3패, 167.2이닝, ERA 2.95, 142 탈삼진, WAR 5.97 입니다. 시대와 상황이 다르지만 네 선수 중 어느 기록을 가져와도 모자랄 것이 없는 대단한 기록입니다.
▶ 신인 15승 투수의 통산 기록
– 김건우(대졸) : 36승 19패, 485.1이닝, ERA 2.73, 197 탈삼진, WAR 11.00
– 박정현(고졸) : 65승 54패, 1090.2이닝, ERA 3.45, 460 탈삼진, WAR 23.60
– 염종석(고졸) : 93승 133패, 1791.1이닝, ERA 3.76, 1016 탈삼진, WAR 39.15
– 류현진(고졸) : 98승 52패, 1269.0이닝, ERA 2.80, 1238 탈삼진, WAR 44.78
– 신재영(대졸) : ?
신재영 이전에 15승 이상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던 선수는 총 4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류현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아쉽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우선 김건우는 MBC(LG)에서만 통산 6시즌을 뛰었는데 신인왕을 수상했던 1986년의 기록이 전체 커리어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로 신인 시즌을 제외하고는 좋은 기록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신인왕 수상 이듬해인 1987년 163.1이닝을 던지며 12승을 거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4시즌은 최다 투구이닝이 38.1이닝에 불과합니다. 고교시절부터 최고의 선수였던 김건우의 커리어를 단절시킨 것은 1987년 당한 뺑소니 교통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타자로 전향했다가 은퇴 후 투수 코치를 거쳐 다시 투수로 복귀하기 까지 했으나 1997년을 끝으로 은퇴했습니다. 최고의 선수에게 따라온 지독한 불운을 탓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커리어였습니다.
신인 역대 최다승인 19승을 올린 박정현은 혹사가 커리어를 망친 경우입니다. 언더핸드 투수였던 박정현은 신인왕 시즌인 1989년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정규시즌에서만 242.2이닝을 투구했습니다. 여기서 끝난게 아니고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14이닝 완투, 3차전 4.2이닝 투구 후 허리를 잡고 쓰러지고 맙니다. 그럼에도 이후 3년간 191.2이닝, 184이닝, 165.2이닝을 던지며 1994년 부터는 패전처리로 간간히 등판하는 선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의 언더핸드 투수에게 가혹했던 혹사가 결국 그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고 말았습니다.
염종석 역시 혹사로 선수 생활을 망친 경우에 해당합니다. 1992년 정규 시즌 204.2이닝, 포스트시즌 무려 30.2이닝을 던지며 데뷔 첫 해에만 총 235.1이닝을 던졌습니다. 시즌 후 연봉 협상이 늦어져 겨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158.1이닝, 1994년 부터는 방위 복무를 하면서도 102.1이닝, 127이닝을 던지며 제대로 관리받지 못했습니다. 이미 팔꿈치 수술을 받았어야 했지만 계속해서 경기에 등판했고 1999년부터 힘겨운 시즌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혹사를 불굴의 정신력으로 버티며 통산 1797.1이닝이나 던졌지만 통산 133패(최다패 3위)라는 불명예만 남게 되었습니다.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신인왕과 MVP를 동시 수상한 류현진도 혹사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데뷔 시즌부터 2년 연속 200이닝을 넘게 던진 류현진은 5년차였던 2010년까지 정규시즌에서만 무려 960.1이닝을 던졌습니다. 이윽고 2011년 그의 KBO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규정 이닝을 투구하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2012년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쉽게 9승에 그치며 KBO 통산 100승 기록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통산 98승)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2년간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현재까지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재영은 김건우와 같은 대졸이고 박정현과 같은 사이드암/언더핸드 투수입니다. 그리고 앞선 네 선수와 달리 가장 혹사로부터 자유로운 선수입니다. 데뷔 이후 4년을 2군(NC, 넥센, 경찰청)에서 뛰며 각각 4이닝, 57.1이닝, 87이닝, 116이닝만 던졌습니다. 그리고 1군 첫 시즌이었던 올해도 염경엽 감독이 관리해주며 168.2이닝을 던졌습니다. (경기당 5.6이닝) 앞선 신인왕들과 달리 관리 받으며 데뷔 시즌을 잘 보낸 신재영이 부상없이 앞으로 좋은 커리어를 쌓아 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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