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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글상자/일상 및 기타17

[2012년 11월 30일] 나를 닮은 아이 사회복지에서 감정이입(empathy)라는 말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사용됩니다. 우선은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에게 전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열어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하게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회복지사가 자신의 과거 경험을 클라이언트에게 지나치게 이입하고 감정이 몰입되어 클라이언트의 말을 마음열고 듣기보다 자신의 감정이 앞서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다수의 경우에는 이 두가지 감정이 혼재되는 양가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쉽게 문자적으로 배웠던 이론들이 실제로 적용되면서 사회복지사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실천하는 것의 괴리를 분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오늘 만난 한 아이, 그 아이의 이야기를 짧게 들려드리려 합.. 2013. 10. 11.
[2012년 11월 10일] 아버지라는 그 이름의 무게 우리집은 찢어지게 가난했습니다. 나는 국민학교 문턱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국민학교 들어갔을 때, 그러니까 그게 아마 40년도 더 된 얘긴데, 그때 우리집이 너무 가난해서 육성회비를 낼 수가 없었어요. 결국 국민학교를 1학년도 못마치고 그만두게 됐지. 부모를 원망할 여유도, 부끄러움을 느낄 겨를도 없었지요. 그때는 너무 가난했고, 또 너무 어렸으니까요. 그래도 내가 장남인데 어쩝니까. 집에는 쌀 한톨 나올게 없으니 집을 나가 돈을 벌러 갔지요. 못배운 어린 놈 한테 누가 일을 시켜 줍니까. 어릴 때 부터 허드렛일, 공사장 막노동, 공장 공돌이 노릇 하면서 살았지요.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가 됐고, 일이 없을 때는 여기저기 밥동냥도 다니고 옷은 남들이 버린거 주워다 입고, 거지가 따로 없었지... 2013. 10. 11.
[2012년 11월 9일] 꿈속을 살아가는 아이, 현실을 살아가는 엄마 지난 번, 소고기죽을 전해드렸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이랜드복지재단의 지원으로 아이들 기저귀 4박스와 그린비아라는 영양식 3박스를 들고 다시 만났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랜드복지재단에 연신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다시 만난 어머니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동생이 아팠다고 합니다. 누나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막상 병원에 와보니 괜찮아 보이던 동생이 더 아프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은 한번 아프면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왜 아픈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처방을 해야 하는지, 경과가 어떨지, 언제 나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동생이 아팠다고 합니다. 누나도 많이 아픕니다. 그래서 엄마는 더 많이 아픕니다. 열세 살, 열두 살 어린 아이들이 태어나면.. 2013. 10. 11.
[2012년 10월 24일] 희망은 없습니다. 당신이 희망이 되어주세요. (사진은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없어서 밥 대신 먹이는 죽입니다. 사랑의 장바구니를 하며 고기를 많이 사는 분, 반찬을 많이 사는 분을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죽만 사는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삼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이게 밥이고, 이렇게 먹어야 살아갑니다. 어머니와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한 아이가 있습니다. 하얀 얼굴에 큰 눈, 또렷한 이목구비, 이렇게 예쁜 아이가 또 있을까요. 사슴같이 영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볼 때면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약간 벌린 입으로 나에게 무어라 속삭이려 하는 것일까요. 이 아이의 미소가 오월의 하늘보다 더 눈부십니다. 그런데 이 예쁜 아이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약간 벌어진 입으로는 이따금씩 신음소리만 겨우 낼 뿐 한참을 귀를 기울여도 말을 하지 못합니다. 아이의 고운 .. 2013. 10. 11.
[2012년 10월 31일] 당신을 존경합니다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뵐때면, 돌아가신 할아버지 살아계신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4,50대 아저씨, 아주머니를 마주할때면, 돌아가신 아버지 살아계신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청소년, 어린 아이들을 보면, 십년 전 이십년 전 나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매일 마주하는 수 많은 사람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미래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전' 할머니는 이랜드복지재단과 동아백화점이 함께하는 사랑의 장바구니를 통해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할머니를 처음 찾아 뵌 것은 한 달 전 이었습니다. 중간에 안부 전화를 드리기는 했지만, 한 달 만에 찾아뵌 저를, 90을 바라보는 고령의 어르신이 단번에 알아보시고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반달같은 눈으로 타지에서 온 손자를 맞으시듯 손을 꼭 잡.. 2013. 10. 11.
70 넘어 한글 배운 할머니의 시 제목 : 아들 나한테 태어나서 고생이 많았지 돈이 없으니까 집도 못사주니까 다른데 마음 쓰느냐고 너를 엄청 많이 때렸다 화풀이해서 미안하다 엄마는 엄마는 마음이 많이 아프다 용서해다오 저 세상에서는 부자로 만나자 사랑한다 또 이 말 밖에 줄 것이 없다 맞춤법도 조금 틀리고 글씨도 서툴지만 아들은 향한 엄마의 진심, 짧은 글에 전해지는 후회와 미안함에 눈물이 납니다. 2013. 9. 15.
[육아] 대기만성 by comebackyou@hotmail.com 빨리 간다고 먼저 가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간다고 늦게 가는 것도 아닙니다. 빨리 가는 것, 멀리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르게 가는 것입니다. 걸음마 단계부터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시작해서 아이의 개성은 무시되고 오로지 남들보다 더 나은 아이, 최소한 남들에게 뒤처지지는 않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 내 아이를 재촉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모든 꽃은 만개하는 시기가 다르듯이, 또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이 밝게 빛나는 순간도 제각각이듯이, 우리의 인생에도 모두에게 적절한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쉽게 좌절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90이라고 가정하고 이를 축구경기에 비유하면 우리의 아이들은 이제 막 전반전을 시작한 셈이고, 우리의 인.. 2013.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