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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글상자/일상 및 기타

[2012년 11월 9일] 꿈속을 살아가는 아이, 현실을 살아가는 엄마

by j제이디 2013. 10. 11.

 

 

 

 

 지난 번, 소고기죽을 전해드렸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이랜드복지재단의 지원으로 아이들 기저귀 4박스와 그린비아라는 영양식 3박스를 들고 다시 만났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랜드복지재단에 연신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다시 만난 어머니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동생이 아팠다고 합니다. 누나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막상 병원에 와보니 괜찮아 보이던 동생이 더 아프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은 한번 아프면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왜 아픈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처방을 해야 하는지, 경과가 어떨지, 언제 나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동생이 아팠다고 합니다. 누나도 많이 아픕니다. 그래서 엄마는 더 많이 아픕니다.

 열세 살, 열두 살 어린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잠깐 웃고, 잠깐 행복했습니다. 잠깐. 아주 잠깐 그 시간 동안은 정말로 행복했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 아주 잠깐 동안은요.

 이 어린 아이들이 십년을 아팠습니다. 원인도 모른 채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했고, 의사들은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실제로 비슷한 증상을 겪은 아이들이 오래 살지 못했던 가슴 아픈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엄마가 없었다면 이 아이들의 현재도 보장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매일 누워 지내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꿈속을 사는 것만 같은데, 엄마는 꿈속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살리려 꿈이었어도 힘들었을 현실을, 아주 냉혹한 현실을 살아갑니다.

 아이들이 먹는 약에는 수면제의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너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약도 쎈 약을 써야만 합니다. 어른들이 한 알만 먹어도 몽롱해지는 약을 이 아이들은 몇 년을 먹었으니 아이들의 시선이 가끔 허공을 가르는 것도, 하루 온종일 잠에 취해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꿈속을 살아갑니다.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깜박이는 것 뿐 이니 꿈도 이런 꿈이 없겠지만, 이게 현실이라 생각하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현실을 살아갑니다. 꿈속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없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외면하고만 싶지만 외면하는 순간 꿈속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꿈은 끝나버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엄마는 그렇게 오늘도 현실을 살아갑니다.

 꿈속을 사는 아이들과 현실을 사는 엄마. 한 가정에 살아갈 희망을 주시고 당장의 필요도 채워준 이랜드복지재단,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