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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스포츠/프로야구 스토리

"아버지를 뛰어 넘겠다?" 이종범 반만해도 대성공

by j제이디 2016. 6. 28.

'바람의 아들'인 이종범의 아들, '바람의 손자' 휘문고 이정후 선수가 2017년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지명되었습니다. 지역 연고를 기준으로하는 1차 지명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지명된 것은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있는 일입니다. "아버지 보다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이라고 당당하게 포부를 밝힌 이정후 선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종범을 뛰어 넘는 것 아니 이종범 만큼 하는 것 아니 이종범 반만큼만이라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전설이 된 1993년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 (가나다순)

- 롯데 : 김경환 (경성대, 투수)

- 빙그레 : 구대성 (한양대, 투수)

- 삼성 : 양준혁 (상무, 내야수)

- 쌍방울 : 박상수 (원광대, 외야수)

- 태평양 : 김홍집 (단국대, 투수)

- 해태 : 이종범 (건국대, 내야수)

- LG : 이상훈 (고려대, 투수)

- OB : 추성건 (건국대, 내야수)


▷ 1993년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 선수 통산 WAR (스탯티즈 기준)

- 양준혁 : 87.22 (역대 2위)

- 이종범 : 67.74 (역대 5위)

- 구대성 : 46.17 (역대 35위) 

- 이상훈 : 29.74 (역대 96위)

- 김홍집 : 8.48

- 추성건 : 4.32

- 김경환 : 0.22

- 박상수 : -0.09


1993년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은 역대 최고의 지명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1차 지명을 받지 못한 2차 지명 선수들 중에서도 성영재(쌍방울, 투수), 최태원(쌍방울, 내야수), 김정민(LG, 포수), 마해영(롯데, 내야수), 김현욱(삼성, 투수) 등 프로야구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이 쟁쟁한 선수들 중에서도 '이만수급 거포' 양준혁, '국가대표 붙박이 유격수' 이종범, '국가대표 주전투수' 구대성, '14타자 연속 탈삼진' 이상훈 등은 프로야구 역대 WAR 10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전설적인 선수들 입니다. 그렇다면 이정후 선수가 뛰어 넘을 아버지 이종범 선수는 프로야구에 어떤 기록을 남겼을까요?

서석초-휘문중-휘문고의 이정후와 아버지 이종범


▷ 이종범 선수의 프로야구 통산 기록

- 누적 : 1,706경기 6,921타석 6,060타수 1,797안타 194홈런 730타점 1,100득점 510도루

- 비율 : 타율 0.297 / 출루율 0.369 / 장타율 0.458 / OPS 0.828 / wRC+ 126.1 / WAR 67.74

- 수상 : MVP 1회, 한국시리즈 MVP 2회, 올스타 MVP 1회, 골든글러브 6회, 올스타 13회

- 기타 : 프로야구 최초 3할-30홈런-30도루(1997년), 1회 선두타자 홈런 역대 1위(44개), 통산 도루 2위(510개), 도루 성공률 2위(81.9%), 통산 고의4구 4위(82개. 양준혁-김기태-장종훈-이종범 순), 투수 제외 전 포지션 출장


타자는 이승엽, 투수는 선동렬,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야구 천재' 이종범이 남긴 기록은 눈부십니다. 최 전성기인 1995년에 방위 복무로 홈 경기에만 출장했고, 1998-2000년을 일본에서 보냈지만 프로야구 통산 WAR 5위를 기록중이며 그보다 높은 통산 WAR를 기록한 우타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괜히 팬들이 이정후 선수가 아버지 이종범 선수의 반만 해도 성공이라고 말하는게 아닌 것입니다.  


▷ 이종범 반만 할 수 있는 것도 이종범 뿐?

이종범은 현역 시절 호타준족의 대명사였습니다. 잘치고 잘 달렸던 이종범은 역대 1회 선수타자 홈런 1위에 오를 정도로 파워도 갖춘 선수였습니다. 상대팀에게 그가 악마로 보였다던 유격수로 뛰었던 5년간(1993년-1997년) 이종범 선수는 106홈런, 310도루를 기록했으며 0.332 / 0.409 / 0.545 / 0.954의 아름다운 슬래쉬 라인과 WAR 42.15(연평균 8.43)을 기록합니다. 그의 전성기 중에서 누적 기록이 가장 뛰어난 1997년을 기준으로 이종범의 반만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살펴보겠습니다. 1997년 이종범은 1번타자-유격수로 뛰며 30홈런-64도루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기록합니다. 이를 기준으로 유격수가 그의 절반인 15홈런-32도루를 기록한 시즌을 찾아보겠습니다. 

▷ 유격수 15홈런-32도루 시즌 (홈런 순)

- 1997 이종범 : 30홈런 - 64도루
- 1996 이종범 : 25홈런 - 57도루
- 1994 이종범 : 19홈런 - 84도루
- 1993 이종범 : 16홈런 - 73도루
- 1995 이종범 : 16홈런 - 32도루 (방위 복무 시즌)
- 1994 유지현 : 15홈런 - 51도루

1997년 이종범 선수의 홈런-도루 기록의 절반인 15홈런-31도루를 기록한 유격수는 역대 6번이 있었습니다. 그 중 5번이 전성기의 이종범 선수의 기록이고, 나머지 한번이 LG 유지현 선수의 기록이었습니다. 유격수가 이종범 선수 만큼 홈런치고 도루하는 것, 아니 그 절반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이종범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이종범은 1995년 방위 복무로 정확히 시즌의 절반만 뛰고 최고 시즌 절반의 활약을 보여줬네요.)

90년대 최고 유격수 라이벌 이종범-유지현

▷ WAR 역시 반만해도 역대급 유격수

1994년, 2년차 이종범이 기록한 WAR 11.77은 역대 타자가 기록한 단일 시즌 WAR 최고 기록입니다. (스탯티즈 기준, 2위 2015년 테임즈 10.71) WAR 기준으로 해도 역시 이종범 반만해도 역대급 유격수의 기록이 나옵니다. 

- 1994 이종범 : 11.77
- 1997 이종범 : 9.70
- 1996 이종범 : 9.52
- 2012 강정호 : 8.23
- 2014 강정호 : 8.05
- 1994 유지현 : 7.35
- 1990 장종훈 : 6.94
- 2001 브리또 : 6.23
- 1993 이종범 : 6.14
- 1998 유지현 : 6.08

1994년 이종범의 WAR 11.77의 절반을 넘는 WAR를 기록한 유격수는 역대 10차례 밖에 없었습니다. 그 중 무려 4차례가 이종범 본인, 강정호와 유지현이 각각 2회, 장종훈과 브리또가 각각 1회를 기록했습니다. 군 복무로 시즌의 절반 밖에 뛰지 못한 1995년의 이종범이 WAR 5.03으로 지난 2015년 넥센 김하성이 기록한 WAR 4.94를 뛰어넘기 까지 했습니다. 지난 시즌 김하성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돌아보면 역으로 이종범의 절반을 해내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넥센의 주전 유격수 김하성과 넥센 1차 지명 유격수 이정후


이종범은 광주일고 시절인 1988년, 청룡기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했고 건국대 시절 이미 국가대표 유격수로 맹활약하며 1992년 전국대학추계리그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최고의 선수였고, 프로데뷔 시즌 한국시리즈 MVP, 이듬해 정규시즌 MVP등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습니다. 아들 이정후 역시 서석초 시절인 2010년 KIA타이거즈기 호남지역 초등야구대회 MVP에 올랐고, 2014년 휘문고를 창단 첫 봉황기 우승으로 이끄는 등 이미 뛰어난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고교 야구 통산 42경기 144타수 55안타(1홈런) 44득점 30타점 20도루를 기록하며 2017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에서 유일하게 투수가 아닌 야수로 지명을 받은 것입니다. 


아버지 이종범이 남긴 기록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이정후가 그 절반만 해줘도 대성공이라고 하지만 이종범 보다 훨씬 큰 체격(185cm, 78kg)과 유격수로 우투좌타인 점에서 아버지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췄습니다. 또 신인 육성에 있어서는 최고인 넥센 히어로즈에 지명되었고, 강정호에 이어 리그 최고 유격수로 자리매김한 선배 김하성이 있기에 이정후가 얼마나 성장할지 앞으로 지켜보는 것도 큰 관심거리가 되겠습니다. 이종범의 아들이 아닌 이정후가 되겠다는 그의 말처럼 뛰어난 기록을 남기는 훌륭한 프로야구 선수가 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