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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글상자/사회와 문화

밥은 먹었나?

by j제이디 2014. 3. 29.

비오는 토요일 오후의 복지관은 한산합니다.

너무나 바빴던 지난 시간들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같은 자리에 한 어르신이 앉아 계셨습니다.

지난주부터 늘 같은 자리에서 불편하게 앉아만 계셨습니다.

 

어르신은 거동이 참 많이 불편한 어르신이었습니다.

보행보조기에 지팡이에 많은 것들에 의지해서 겨우 앉고 서고 움직입니다.

일상적인 인사말 몇 마디를 건네 보고는 다시 서류더미와 씨름합니다.

눈은 책상에 있지만 맘엔 자꾸만 어르신이 밟혀 자리를 일어납니다.

 

밥은 먹었나?” 어르신은 벌써 몇 시간 전에 했던 말을 또 묻습니다.

밥은 먹었나?” 금세 물으시곤 한 번 더 물으시는 그 말에 눈물이 납니다.

매일 같은 옷을 입으시고 남루한 행색에 모두들 어르신을 피해갑니다.

당신이 주인인 이곳에서 조차 작은 호사를 누리지 못하고 계십니다.

 

측은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무 도움이 못되는 게 죄송합니다.

손 한번 꼭 잡아 드리니 어르신 주름이 더욱 깊이 패여 미소를 보여주십니다.

밥은 먹었나?” 또 한 번 되돌아오는 그 말에 가슴 한 구석이 아립니다.

한동안 어르신과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나도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제 비가 좀 그쳐 어르신을 댁으로 향하는 길로 안내해 드립니다.

날이 차다며 얼른 들어가라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그 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

얼마 되지 않은 짧은 길을 한참을 비틀거리며 오르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봅니다.

내 짧은 말로는 다 담지 못할 감정들에 울고 울고 또 울며 서 있었습니다.

 

 

 

나는 언제까지 이 어르신의 손을 잡아드릴 수 있을까

어르신은 언제까지 같은 자리를 지켜주실 수 있을까

어르신께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그저 함께 앉아 울기만하는 무능한 사회복지사지만

밥은 먹었나?” 내일도 이 말을 듣기 위해 오늘 더 열심히 잘 살아야겠습니다.

 

남들이 바쁘다고 하면 바쁘면 얼마나 바쁘다고 그런 말을 하나 했는데

요즘의 일상은 정말로 바쁘게 돌아가고 쌓여가는 서류에 매몰되어 본질을 놓칩니다.

서류엔 없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서류 너머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원합니다.

일을 잘하기보다 마음이 따뜻하며 키보드보다 어르신들 손을 잡아드리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