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집 : 글상자/사회와 문화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 (에베소서 4:25~29)

by j제이디 2014. 6. 8.

한 주간의 죄를 침묵으로 고백하는 침묵의 기도

지난주와 같은 기도를 하는 저를 반성합니다.

인간은 어찌나 어리석고 같은 죄를 반복하는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또 회개하고 또 반성합니다.

 

 

1. diavbolo(디아볼로스) ; 마귀

 

디아볼로스라는 말은 헬라어로 중상자, 사탄, 마귀입니다.

근거가 없는 말로 남을 헐뜯는 것이 중상모략의 중상입니다.

마귀는 작은 틈을 파고들고 인간은 그 작은 틈에 무너집니다.

한번만, 이번만, 조금만, 남들도, 아무도. 이 말에 무너집니다.

 

큰 댐을 무너뜨리는 작은 구멍

높은 빌딩을 무너뜨리는 작은 균열

마귀는 그렇게 작은 틈을 만들고

시나브로 그 작은 틈이 전체를 무너뜨립니다.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 (에베소서 4:27)

Neither give place to the devil.

 

한번 벌어진 틈은 다시 메울 수가 없고

가슴에 박힌 못은 뽑아도 그 자국이 남습니다.

성경은 마귀를 이기는 방법으로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 것을 말합니다.

 

 

 

 

2. 거짓 ; 하나님에 대하여 교만한 마음

 

우리는 사망과 언약하였고 음부와 맹약하였은즉

넘치는 재앙이 유행할지라도 우리에게 미치지 못하리니

우리는 거짓으로 우리의 피난처로 삼았고

허위 아래 우리를 숨겼음이라. (이사야 28:15)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교만함 때문이고

거짓말이 쉽고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짓과 거짓말은 그 자체로 죄가 되고

더욱 무서운 것은 거짓이 중독된다는 것입니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입니다.

 

2년 전에 인턴으로 근무할 때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먼저 인턴이라고 말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당연히 정규직원으로 알고 대해줬습니다.

일일이 인턴 사원이라 말하지 않아도 되니 편했습니다.

 

제가 부족하여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취업을 했을 때

제가 먼저 대학을 수료한 상태라고 말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당연히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고 대해줬습니다.

일일이 대학을 수료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니 편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은 소극적 거짓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거짓말로 벌어진 작은 틈은 나를 죄로 몰고 갔습니다.

어느새 나는 정규직원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고

대학 졸업생처럼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내 말과 행동을 정당화하고 증명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들이 필요했고 그 거짓말들은 자연스러웠습니다.

어느 순간 거짓을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지만

이미 벌어진 틈을 다시 메우기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지금 와서 그 순간들을 되돌아보면 정말 아찔합니다.

처음엔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고

큰 잘못이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나의 거짓말이고 죄였습니다.

 

학력위조와 직업사칭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나는 겨우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지만

남들에게 좀 더 높고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고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고 나는 부끄러운 죄인이 되었습니다.

 

 

3.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

 

침묵기도와 설교가 나의 부끄러움을 고백하게 합니다.

하나님에 대하여 또 세상에 대하여 교만한 마음을 품었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말로 회개를 피해갔습니다.

여느 날과 같은 주일 예배와 묵상이었지만 큰 울림을 줍니다.

 

한번 벌어진 틈은 정말로 다시 메울 수가 없었습니다.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는 말씀

정말 지당한 말씀이지만 정말 어려운 말씀입니다.

죄악이 관영하여 마음이 무뎌지고 뉘우치기를 더디 했습니다.

 

나는 실제의 나 자신보다 훨씬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때로 거짓을 꾸며 말하고 착한 척 행동했습니다.

잠깐 사람들을 속일 수는 있겠으나 하나님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불쌍하다, 애쓴다.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냥 이 모습 이대로의 나 자신일 뿐입니다.

죄를 고백하고도 또 죄에 무너지겠고

거짓말 하는 것이 편해 금세 들통 날 거짓말을 또 할지 모릅니다.

작은 틈을 만들려는 마귀에게 틈을 내어줘서는 안됩니다.

 

하나님은 나 자신을 이 모습 그대로 사랑하십니다.

부모님은 어떤 조건이나 이유 때문이 아니라

내가 당신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하십니다.

그리고 나도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함을 깨닫습니다.

 

교만하였던 높아지려했던 마음을 내려놓으니 편합니다.

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니 마음이 편합니다.

이제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살 것을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