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노무현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 미공개 사진에세이
작가 : 장철영(사진), 정철(글)
출판 : 바다출판사
사진 / 장철영
(책날개) 주간지, 월간지 및 외신 사진기자로 활동하던 중 지인을 통해 청와대 비서실 전속 근무 제의를 받았다. 그 뒤 2003년 10월부터 퇴임까지 한시도 빠짐없이 노무현 대통령 곁에서 셔터를 눌렀다. 공식 사진 외에도 개인 노무현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역대 대통령 중 비공개 일정을 찍은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제안서를 작성해 부속실에 올렸다. 꾸준한 설득의 결과 "장철영이 사진 찍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는 공식 지시를 받아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진 찍히는 것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 '모델'이었지만, 그럼에도 50만 컷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여성신문 인터뷰) "책을 준비하면서 사진 한 장을 보는 것도 힘들어 죽을 뻔 했어요. 사진을 보면 그때 일들이 영화 필름처럼 지나가고, 잊으려야 잊을 수 없으니까 그게 참 괴롭더라고요."
"노무현 대통령을 미화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노무현은 노무현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주세요. 그리고 '대통령은 명예직이고 국민을 섬기는 자리이며, 국민에게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글 / 정철
(책날개) '나는 개새끼입니다' '5월은 노무현입니다' 등 노무현과 노무현재단에 관한 카피를 도맡아 쓰고 있는 노무현 카피라이터. 지난 4월 총선 때 '바람이 다르다'라는 카피를 쓴 문재인 카피라이터. MBC 애드컴 카피라이터, 단국대 언론영상홍보학부 겸임교수, 서울카피라이터즈클럽 부회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정철카피 대표로 있다. <내 머리 사용법>, <불법사전>, <학교 밖 선생님 365>, <나는 개새끼입니다>등 머리를 때리는 발칙한 책을 차례로 내놓으며 역발상이랑 어떤 것인지 조용히 보여 주고 있다.
(채널예스) 글은 무조건 쓰기 시작해야 한다. 뭐든지 써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쓰고 보면 맛있는 냄새가 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그때부터 요리를 해야 한다. 완벽한 것은 없다. 맛있게 쓰는 방법은 별다른 게 아니다. 자기만의 문체를 찾으면 좋겠지만, 나도 계속 그런 과정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글을 쓰고 읽어보면서 수정해라. 글에 이런 맛 하나는 있다거나 다른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수정하는 거지. 그러면 맛을 하나 가질 거다. 요령을 갖고 쓰는게 아니고 계속 쓰다보면 맛있는 글이 나온다. 쓰다보면 요령과 방법이 생긴다.
어떤 사진은 수백마디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수많은 말들을 함축하기도 합니다.
어떤 글은 수백장의 사진이 다 담지 못하는 수많은 시간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좋은 사진과 좋은 글이 가득한 책입니다. 때로는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 하고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어떻게 이 사진에 이런 말을 붙였을까 하고 감탄하기도 합니다. 한번에 쭉 읽어내려가며 웃기도 많이 하고 울기도 많이 하는 책입니다.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책입니다.
책은 여덟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마다 제게 와닿았던 사진을 한장씩 담아봤습니다.
물론 모든 사진들이 모든 글이 다 좋습니다.
1. 사람이 있었다
2005.10.15 외도
[2박 3일로 진해 공관에 머물던 중 외도에서 술 한 잔 하고 상기된 얼굴로 손녀를 안고 내려오는 모습이다. 영락없는 촌사람이다.]
그가
챙겨 들고 간 단어,
그것은
'사람'이었다.
2. 바람이 불다
2004.01.13 전임대통령 만찬장
[얼굴 근육을 풀기 위해 입 운동을 하는 버릇이 있다. 어느날 기자들이 그 모습을 찍어 내보냈고, 한나라당이 그 사진을 악의적으로 악용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그래 한번 찍어 봐라." 하며 입을 크게 벌려 주었다.]
긍정이다.
사람의 성분 중
가장
밝은 색깔의 성분.
3. 사람을 만나다
2007.09.23 저도 군휴양지
[진해 공관에서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군대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는 중이다. 아주 실감나게.]
희망 역시 그가 쥐고 간
사람의 주요 성분이었다.
희망돼지는 봉우리로 가는 길을 앞서 달렸다.
장애가 될 만한 것들을 온몸으로 쓰러뜨리며 달렸다.
그는 부지런히 희망돼지를 따랐다.
안개가 걷히며 봉우리가 눈 앞에 나타났다.
4. 세상을 향해 소리치다
2007.09.13 청와대 앞마당
[노무현 대통령은 연출 사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날은 어쩐 일인지, 청와대 산책을 하면서 "사진 더 찍고 싶나? 한번 찍어 봐라" 하며 자세를 잡아 주었다. 손녀와 함께 과자를 먹는 이 사진은 생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었다고 한다.
두 번째 메아리.
되돌아온 소리는
조금 달랐다.
사람!
사는!
세상!
5. 벽을 만나다
2007.01.13 청와대 관저
[필리핀 순방 전 관저에서 나오는 모습이다.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아 오래 서 있는 것을 힘들어 했다. 걸을 때도, 앉았다 일어날 때도 허리를 짚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에게 희망돼지를 보냈던 사람들마저
하나둘 돌아서기 시작했다.
오른쪽에서도 왼쪽에서도
저마다의 목소리로 그를 조롱하고 압박했다.
그는 점점 고립되어 갔고
그가 선 봉우리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태로웠다.
늘 그의 곁에 머물던 노랑나비 한 마리도 어지럽게 주위를 날다 멀리 한 점이 되어 버렸다.
6. 돌아오다
2008.01.13 노사모 초청 북악산행
[권양숙 여사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부끄러워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봉우리에서 내려온 아무 힘 없는
그에게
놀라운 속도로 다시 빠져들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다투어 버스에 올랐고
그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기꺼이 긴 줄을 섰다.
그를 집 밖으로 기어이 불러내 노래를 하게 했다.
7. 쓰러지다
2009.05.29 경복궁
[국민장 영결식 때의 사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오열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어떻게 찍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죽음인가.
죽임인가.
8. 다시 살아나다
2007.02.23 녹지원 산책
그리고
발자국.
그가 남긴 노란 발자국.
한 걸음 한 걸음 그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어려운 길이다.
어두운 길이다.
외로운 길이다.
지치고 목마르고 발바닥이 부르틀 것이다.
보폭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고
걸음걸이를 흉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주저하지 말고 가자.
그래도 주저않지 말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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