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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의 기록/간서치 서재

[울산바위] 내일도 출근하는 '나'에게

by j제이디 2017. 8. 2.

* 이 글은 2016년 7월 25일 [울산바위]가 홈페이지에 쓴 글을 옮긴 것입니다. 


[전문]


이 글은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 30년 직장 생활 노하우가 담긴 엄마의 다이어리’ (유인경 저, 위즈덤경향)를 읽고 쓴 서평입니다.


“정말 다행인 게 뭐냐면 말야”


 저자인 유인경 기자의 딸은 추천사에서 위 문장으로 ‘엄마인 유인경’을 소개한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의 정서는 저 문장과 꽤나 닮아있다. 긍정적이고 굴하지 않는 그녀의 당찬 모습을 잘 나타내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게 정말 다행이었던 것을 꼽자면, 바로 이 책을 비교적 사회 새내기인 4년차 직장인일 때 접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유인경 기자는 30년 직장생활 노하우가 담긴 엄마의 다이어리라고 자신의 책을 간추린다.



 제목이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라고 해서, 이 책이 여성 직장인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이라기에는 너무 아깝다. 왜냐하면 남성인 내게도 너무 절실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딸에게 “공부를 더 잘하지 그랬어”라는 책망 대신에 “나는 네가 그 대학에 가서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아낌없는 위로와 조언을 남긴다. 하루하루가 익숙지 않은 신출내기 샐러리맨들에게 저자 본인 역시도 불혹과 지천명이 지났지만 모든 것이 새롭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빈틈없고 완벽한 모습보다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더 위로가 되는 대목이었다.


 본인은 30년 전 청년과 결혼하였지만 지금은 환갑에 가까운 영감과 사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며, 너스레 섞인 투정은 차라리 해학적이다. 화자의 말대로 익숙지 않은 세대들에게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정답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눈높이 시각을 제공한다.



 책의 구성 역시 흥미로운 것이, 요일별로 주제를 정해 요일마다 느낄 법한 생각과 고민들을 적절하게 버무려놓은 것이다. 월요일은 지치고, 금요일은 쉼이 있는 것처럼 글의 꼭지를 감각 있게 표현하였다. 마치 샐러리맨의 일주일을 편하게 되뇌는 듯, 작가와 보조를 맞추다보면 어느덧 책의 막바지에 다다름을 경험할 것이다. 비교적 쉬운 문체와 작가의 사려 깊은 이야기의 배치는 그녀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해주듯이 쉽고도 다정하게 전달되었다. 그녀의 경험이 마치 나를 변호하고 다독이는 것 같은 든든함을 느꼈다.


 한편, 저자는 마치 운동경기의 감독처럼, 사회생활의 거시적인 안목을 제시한다. 특히 남성 위주로 전개되었던 직장문화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해석과 곁들여 효과적인 대응책까지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기성 직장문화의 특징이 남성위주의 회식과 술문화 혹은 흡연실에서 주요 정보들이 오가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따라서 21세기의 가장 큰 무기인 정보력에서 여성들이 차별받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비록 과거에는 여직원이 잠시 머물다 떠날 존재라고 여겨서 이들에게 관대히 대해왔지만, 최근 여성 직장인의 입지가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남직원들의 견제 내지 엄격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을 담는다. 따라서 변모한 직장생활의 정글에서 살아남을 여성의 자세에 대해 거듭 강조한다.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표지


 직장생활을 스포츠에 비유한 유기자의 해석은 오히려 남성인 나에게 매우 간명하게 다가왔다. 아득하기 만한 직장생활을 일종의 게임의 법칙으로 묘사한 풀이가 내게는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은 일종의 단체스포츠이며, 절대 경기장에서 퇴장을 하려거나 응원단 역할로 머물지 말라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자기 앞의 공을 혼자 화려하게 드리블하며 골로 연결하는 것만이 사회생활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동료와의 호흡, 감독과도 같은 상사의 사인을 해석하는 능력이 개인의 역량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인다. 이는 외동으로 자란 비율이 높은 요즘 세대의 직장인들에게 특히 부족할 법한 능력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도 이 대목을 읽으면서 찔리는 것이 많았는데, 아직도 틈틈이 이 게임의 법칙을 기억하며 언행에 조심을 기울이곤 한다.



 “드라마를 보고 울어도 절대 사무실에서 울지 마라”라는 조언은 그런 의미에서 정갈하며 강력하다. 잘 우는 여직원은 야단도 안 치려하지만, 절대 중요한 임무도 주지 않는다며 못을 박는다. 이와 더불어 직장여성의 눈물은 문을 여는 열쇠가 아니라 자신을 가두는 자물쇠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행동은 교육의 기회를 잃고, 본인의 한 일에 대한 정확한 평가기회 역시 상실하게끔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상황을 모면하여 일시적으로 편해질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크게 경계해야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실제 이 같은 상황들을 목격한 적이 있었는데, 저자의 글을 읽고 다시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계기를 가졌다. 나아가 여자 동료들에 대한 이해의 폭 역시 넓힐 수 있었으며, 주변 동기들이나 친한 친구들에게 ‘사무실에서의 눈물’에 대한 이 이야기를 해주면서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낸 기억이 난다.


 이와 덧붙여 유기자는 직장여성들이 ‘결혼하면 그만!, 살림하면 그만! 이라는 나름 믿는 구석’을 내던지고 직장생활이라는 경기장에서 퇴장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정상을 오르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버티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준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회의감이나 무력감에 빠질 때가 있을 텐데, 그 때마다 ‘버티라’는 저자의 충고를 많이 떠올릴 것 같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유익한 조언들이 수록되어있다. 무엇보다 시간 관리를 알기 쉬운 사례 및 인용을 통해 강조하였는데, 구체적인 목표를 메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하는 습관을 삼으라는 가르침은 실제로 큰 도움이 되었다. 마치 아코디언처럼 시간을 늘렸다 줄였다하며 시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표현을 실감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소개한 “또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자국이 낫다”라는 말처럼 적절한 메모와 기록은 평소 기억을 떠올리느라 낭비되었던 시간을 줄여줬다. 때로는 법인영업이라는 업무를 수행하며, 틈틈이 적어둔 아이디어는 새로운 계약 추진에 대한 영감을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영업 아이디어로 계약을 추진했을 때의 희열 또한 잊지 못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앞으로도 살뜰하게 메모를 하는 습관에 도움이 되었다.


저자 유인경 기자


 책 내용과 접목시켜 업무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던 대목은, 무엇보다 저자의 경험이었다. 그녀의 경험은, 지금 내가 대하는 고객이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며, 이 사람과의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는 가르침을 선사해주었다. 평소에는 고객을 만난다는 것이 막연히 어렵고 말실수나 하지 않을까 큰 부담이었는데, 새로운 마음가짐 덕분에 유연함과 더불어 몰입을 통한 효율성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책을 읽으며, 인터뷰를 하는 저자의 직업인 기자와 나의 업무가 꽤나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늘 사람을 만나고 그 상대방에게 공감을 표하며 원하는 대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특히 더 그랬다. 그래서 간간히 소개되는 기자로서의 저자의 습관 또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영업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사람을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다. 아쉬운 것은 늘 영업사원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기다릴 때마다, 저자는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한다. 대화를 풍성하게 할 수 있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고 서술한다.


 나 스스로도 지루하지 않으니 스스로에게 짜증을 부릴 일도 없고, 언짢은 기색을 할 일도 없으니 성격 좋다는 말도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일거양득인가!



 마찬가지로 영업업무를 하면서 놓치지 말아야할 태도를 또 하나 기억해본다. 태도란 오랜 생각과 습관의 표현이라고 한다. 책 중에 소개된 이야기는 대성그룹 비서를 주인공으로 하는데, 이 비서는 커피를 개인별 맞춤형으로 정성껏 대접하는 태도로 유명한 분이다. 커피와 프림의 양을 일일이 메모하며 ‘하찮은 일을 하찮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살다보면 하찮다고 생각하는 일로 큰일을 그르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올해 들어 계약에 실패했던 경우를 떠올려보더라도 무지막지한 실수보다는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실수가 발목을 잡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더욱 좋아하게 된 말이 바로 ‘하찮은 일을 하찮지 않게 하는 것’이다. 가끔씩 부장님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자청하여 대성그룹 비서처럼 차를 대접한 적이 있다. 손님들 역시 처음 한 두 번은 으레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셨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나에 대한 그 분들의 태도 역시 달라지는 것을 체험했다.


 

 책의 후반부에는 사람은 마치 꽃과 같아 이른 봄철에 피는 사람이 있으며, 겨울에 피는 매화와 같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나의 꽃이 개화할 시기는 언제일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지금의 나는 아직 만개를 언급할 시기는 이른 직장 초년생이 아닐까.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씨는 “인생은 경과의 철학이며, 재능이 아닌 노력”이라고 말한다. 여러모로 이 책은 나의 삶에 대한 자세와 태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 같다. 유인경 기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하나하나 되새겨가며, 보다 멋진 영업사원이자 성숙한 샐러리맨으로 성장하는 나의 미래를 그려본다. 마지막으로 사소함을 결코 사소함으로 대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 또한 다시 한 번 덧붙여본다.



 언젠가 꽃봉오리를 피울 그날을 기대하며, ‘내일도 출근하는 나에게’ 스스로 갈채를 보냄으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