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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글상자/일상 및 기타

공감하지 못하는 세상

by j제이디 2014. 10. 15.

우리 마음엔 조그만 땅이 있습니다.
가까이 지내며 서로 왕래하던 땅이었는데
땅은 점점 갈라지고 그 틈을 물이 메워...
우리는 어느새 모두 섬이 되고 말았습니다.

 

큰 땅에서 조그만 자리를 차지했을 땐
우리의 마음이 서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내가 아프면 너도 아픔을 느꼈었는데
이젠 서로의 외치는 소리가 공허하기만 합니다.

 

나도 언젠가는 같은 아픔을 겪을 거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은 품을 여유조차 없어졌고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투쟁심은
앞가림도 못하는 철부지라는 메아리로 돌아옵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무감각하게 만들었을까요?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무심하게 만들었을까요?

 

 

1. IMF –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IMF 이전에는 그래도 다양성과 명분이 존중받았습니다.
인문계열에서는 철학을 자연계열에서는 물리학을 했습니다.
IMF 이후에는 돈이 될 것과 돈이 되지 못할 것으로 나뉩니다.
사람은 돈을 벌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뉩니다.

 

지식의 상아탑에서는 캠퍼스의 낭만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취업을 위한 스펙전쟁이 대신합니다.
고등학교는 대학을 위해 중학교는 고등학교를 위해
초등학교는 중학교를 위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스펙이라는 말은 본래 기계에 사용하던 말입니다.
specification은 기계의 제원을 설명하던 말인데
이제는 사람에게 붙어 이 기계가 얼마나 돈을 잘 벌지
아니면 돈을 못 벌지 설명하는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이어지는 경쟁은
아이들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옆자리의 친구가 아니라
1년 전의, 한 달 전의, 어제의 나 자신입니다.

 

이십대의 태반이 백수이고 취업문을 통과하더라도
비정규직의 차별에 시달리는 88만원 세대.
45세가 정년이고 56세는 도둑이라는 시대
IMF가 바꿔놓은 우리나라는 돈만 쫓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기에 미안한 세상
친구들을 사랑하고 배려하고 같이 놀라는 얘기가
시대에 뒤쳐진 허황된 꿈일 뿐이라는 세상
이 세상에서 공감은 공허한 메아리요 사치일 뿐입니다.

 

 

2. 정치와 종교 – 가장 못 믿을 것

 

답답하고 가슴 아프기 만한 세월호 사건
우리를 위로해야할 정치와 종교는 우릴 더욱 아프게만 합니다.
책임감 없고 공감할 줄 모르는 정치와 종교 지도자들
그들의 생각 없는 말들이 정말로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밀양, 용산, 강정마을, 쌍용차, 현대중공업, 세월호
최근 몇 년 만 보더라도
우리 안에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있는지 모릅니다.
정치와 종교는 과연 얼마나 공감했을까요.

 

위로를 바라기는커녕 막말만 하지 않았으면 좋을 정치인
이에 질세라 종교라는 이름으로 분열을 일삼는 종교인
더 큰 문제는 이들 종교와 정치가 기득권이 되어
서로의 잇속만 챙길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한국 대형교회의 비리와 추문은 끊일 날이 없고
이 땅의 약자들을 돌보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할 교회는
세상의 권력에 조아리고 기득권에 편에 서기위해
가장 세상적인 방법을 일삼는 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불평등한 재화를 평등하게 분배해야할 정치
현세의 선과 내세의 구원을 추구해야할 종교
이미 이들이 기득권이라는 괴물이 되어버린 사회
이 사회에서 공감은 공허한 메아리요 사치일 뿐입니다.

 

 

3. 내가 갑 – 약자 코스프레, 강자 코스프레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약자 코스프레를 합니다.
서민들도 잘 가지 않는 재래시장에서 어묵을 먹고
‘나도 힘들게 자랐다, 내가 제일 불쌍하다’며
도와 달라 고개 숙이고 무릎 꿇어 읍소합니다.

 

힘없는 시민들은 강자 코스프레를 합니다.
영세 상인들이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착취하고
말단 직원들이 비정규직을 차별하며
‘나는 저들과 다르다’는 것을 내세웁니다.

 

갑의 횡포에 휘둘리는 한국 사회에서
을에 위치한 사람들이 을을 차별합니다.
나도 을이지만 너에게는 갑이 되겠다며
갑인척 해야 살아남는 비참한 사회

 

을이 을을 차별하고 물어뜯는 사회
을이 을을 밟고 갑의 행세를 해보지만
그도 영원히 을을 벗어날 수 없는 사회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민낯입니다.

 

참 아픈 세상이지만 함께 아파하지 못하는
그래서 더욱 아픈 세상입니다.
우리는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공감하지 못하는 성격장애가 바로 소시오패스입니다.

 

소시오패스는 유전보다 사회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회가 소시오패스를 낳습니다.
공감능력이 없고 충동적이며 반사회적인 소시오패스
그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임입니다.

 

꽃을 보면 아름다워할줄 알고 친구의 아픔에 눈물 흘리고
이웃의 경사에 함께 기뻐하는 당연한 감정, 공감
공감이 결여된 사회에서 공감을 꿈꿉니다.
당연한 것이 꿈이 돼버린 사회, 꿈으로만 남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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