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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글상자/일상 및 기타

[글쓰기 특강 1] 써야 글이다

by j제이디 2017. 8. 2.

* 이 글은 2016년 8월 4일 홈페이지에 쓴 글을 옮긴 것입니다. 


[전문]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합니다. 물론 저에게도 글쓰기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관계없이,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글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합니다. 칭찬 뒤에는 어김없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냐’는 물음이 따라옵니다. 그리곤 ‘타고난 것이다’ 혹은 ‘책을 많이 읽었다’ 며 각자가 생각하는 답까지 함께 말하곤 합니다. 사실 저는 글쓰기는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독서량과 글쓰기 수준이 비례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많은 비결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일단 글을 써야 합니다. 써야 글이 됩니다. 일단 글을 써야 하는데, 사람들은 글을 쓰지 않고 글을 못 쓴다며 잘 쓰는 방법만 찾으려 합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일단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 이것은 당연히 저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제임스 서버 James Thurber


“Don’t get it right, just get it written.” by James Thurber

“제대로 쓰려 말고, 무조건 써라”

 

 미국의 소설가이자 만화가였던 제임스 서버는 “제대로 쓰려 말고, 무조건 써라”고 했습니다. 그는 역작 <13개의 시계 / The 13 Clocks>를 남겼는데, 이 책은 피터 박스올이 쓴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또 그의 소설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 /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는 2013년 국내에서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작이기도 합니다. 제임스 서버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미국에서는 ‘제2의 마크 트웨인’으로 불릴 정도로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한사람으로 손꼽힙니다. 그런 제임스 서버가 글쓰기에 대해 남긴 말은 일단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쓸까 궁리하지 말고 일단 써보라. 최고의 작가도 일단 쓰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마가렛 애트우드 Margaret Atwood


“If I waited for perfection, I would never write a word.” by Margaret Atwood

“완벽해 지기를 기다렸다면, 나는 한 글자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캐나다 출신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마가렛 애트우드는 “완벽해 지기를 기다렸다면, 나는 한 글자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고 했습니다. 스물한 살에 출간한 첫 시집 <서클 게임>으로 캐나다 총리 상을 수상했고, 1993년 발표한 소설 <도둑 신부>로는 <선데이 타임즈> 최고 문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른 분야인 시와 소설에서 어린 나이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녀를 보면 글쓰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가렛 애트우드는 6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10년만인 16살에 전문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약관에 이룬 성과는 재능이 아닌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그녀도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완벽해지기를 기다리지도 않았습니다. 6살 때부터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앤 타일러 Anne Tyler


“If I waited till I felt like writing, I’d never write at all.” by Anne Tyler

“만약 글이 쓰고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면,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캐나다에서 마가렛 애트우드가 왕성히 활동한 시기, 미국에서는 앤 타일러가 소설가로 독보적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만약 글이 쓰고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면,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한 앤 타일러는 영화화된 소설 <우연한 여행자>로 미국서적비평가협회상을, 소설 <종이시계>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미국의 대표 작가에게도 글쓰기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그녀가 글을 쓰고 싶을 때까지 쓰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녀가 사물을 관찰하는 예리한 눈을 가졌는지, 인간성에 대한 신선한 통찰력을 가졌는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녀가 때를 기다리지 않고 글을 썼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앤 라모트 Anne Lamott


“Almost all good writing begins with terrible first efforts. You need to start somewhere.” by Anne Lamott

“세상의 모든 뛰어난 글의 처음은 대부분 최악이었다. 어디라도 쓰기 시작하라”

 

 미국의 소설가인 앤 라모트는 베스트셀러인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 <플랜 B> 등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에게도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나 봅니다. “세상의 모든 뛰어난 글의 처음은 대부분 최악이었다. 어디라도 쓰기 시작하라” 그녀의 수많은 베스트셀러도 최악의 글에서 시작했습니다. 제임스 서버처럼, 앤 타일러처럼, 앤 라모트처럼, 그녀도 일단 ‘쓰기 시작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활동 시기도, 성별도, 문학 장르도 달랐던 대가들이 글쓰기에 대해 남긴 가장 중요한 말은 글을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쓰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완벽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글이 쓰고 싶을 때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잘 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쓰라는 것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는 일은 다름 아니라 쓰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작자 미상의 글쓰기 명언을 소개하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무엇이든 일단 써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