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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스포츠/메이저리그 스토리

커쇼라면 할 수 있을까?

by j제이디 2017. 8. 2.

* 이 글은 2016년 12월 7일에 홈페이지에 작성된 글을 옮긴 것입니다. 


 로저 클레멘스, 그렉 매덕스, 랜디 존슨. 동시대에 활약한 세 선수 덕분에 우리는 최고의 선수라면 통산 300승은 해야하지 않나 하고 눈이 높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통산 3천 탈삼진에, 4천 이닝은 던져야 하고 적어도 fWAR이 100은 넘어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역대 300승+4천 이닝+3천 탈삼진+fWAR 100을 모두 기록한 선수는 단 여섯명에 불과합니다. 140년이 넘는 긴 역사 속에서도 단 여섯명만이 달성한 기록이지만 우리는 그중 세명의 전성기를 보았기에 눈이 너무 높아 졌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이 기록을 어쩌면 커쇼라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가져봅니다.


▶ 300승+4천 이닝+3천 탈삼진+fWAR 100 (이닝 순)

#1. 월터 존슨 : 417승, 5914.2이닝, 3,509탈삼진, fWAR 117.1

#2. 놀란 라이언 : 324승, 5386이닝, 5,714탈삼진, fWAR 107.2

#3. 게일로드 페리 : 314승, 5350.1이닝, 3,534탈삼진, fWAR 100.5

#4. 그렉 매덕스 : 355승, 5008.1이닝, 3,371탈삼진, fWAR 116.7

#5. 로저 클레멘스 : 354승, 4916.2이닝, 4,672탈삼진, fWAR 133.7

#6. 랜디 존슨 : 303승, 4135.1이닝, 4,875탈삼진, fWAR 110.6


 역대 6명에 불과한 300승+4천 이닝+3천 탈삼진+fWAR 100을 달성한 선수 중 3명이 앞서 언급한 로저 클레멘스, 그렉 매덕스, 랜디 존슨입니다. 커쇼라면 이 기록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커쇼라도 불가능 할까요?

 이 세명의 선수와 클레이튼 커쇼를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빅 트레인’ 월터 존슨

 

▶ 불가능에 가까운 300승

 역대 50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1명(사이 영, 511승), 40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 또한 1명(월터 존슨, 417승), 30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이들을 포함해 24명에 불과합니다. 2009년 랜디 존슨 이후로 불가능에 가까운 이 기록에 커쇼는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까요? 일단 29살 까지는 로저 클레멘스, 그렉 매덕스와 큰 차이없이 다승을 적립했고 랜디 존슨보다는 77승이나 더 많이 기록했습니다.


– 29세까지 통산 다승 주요 순위(커리어 승리)

1. 276승(361승) : 키드 니콜스

8. 231승(417승) : 월터 존슨

21. 167승(511승) : 사이 영

37. 154승(194승) : 드와이트 구든

61. 134승(354승) : 로저 클레멘스

65. 131승(355승) : 그렉 매덕스

75. 126승(126승) : 클레이튼 커쇼

78. 125승(219승) : 페드로 마르티네스

138. 105승(324승) : 놀란 라이언

764. 49승(303승) : 랜디 존슨


 역대 모든 선수 가운데 29세 기준으로 커쇼는 75번째로 많은 126승을 거뒀습니다. 커쇼와 같은 나이에 무려 74명이나 커쇼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뒀지만 역대 300승을 달성한 선수는 24명에 불과합니다. 랜디 존슨과 같이 극단적으로 30대 이후에 기량이 만개하는 경우도 있으나 드와이트 구든이나 페드로 마르티네스처럼 200승 언저리에서 커리어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 29세까지 통산 다승 순위 (현역 선수)

1. 136승 : CC 사바시아

2. 126승 : 클레이튼 커쇼

3. 125승 : 펠릭스 에르난데스

T4. 107승 : 저스틴 벌랜더, 릭 포셀로

6. 100승 : 매디슨 범가너

7. 93승 : 맷 케인

T8. 91승 : 잭 그레인키, 콜 해멀스

10. 89승 : 요바니 가야르도


 300승이 가능해 보였던 CC 사바시아는 37세 시즌을 치른 현재 통산 223승을 달성했지만 최근 3년간 평균 6승 만을 기록했습니다. 31세 시즌을 치른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통산 154승을 달성, 연평균 12.8승을 기록했는데, 앞으로 12년간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300승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커쇼는 어떻게 해야 300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일단 20대의 다승 페이스는 로저 클레멘스, 그렉 매덕스 못지 않습니다.




 세 선수 중 그렉 매덕스가 가장 빠른 나이에 300승을 달성했습니다. 30대에 연평균 17승 이상을 기록한다면 커쇼도 매덕스 처럼 30대에 300승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참 쉽죠?) 매덕스의 직선에 가까운 그래프, 급격히 격차를 좁히는 랜디 존슨의 그래프가 인상적입니다.




 30대에 매덕스와 같은 경이적인 다승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랜디 존슨처럼 40대에도 버닝을 해야 합니다. 29세까지 랜디 존슨은 커쇼보다 89승이나 적게 기록했지만 이후 30세부터 47세까지 연평균 15승, 40세 이후에도 연평균 13승을 기록했습니다. 랜디 존슨형 300승 보다는 매덕스형 300승이 오히려 쉬워보이기 까지 한 어마어마한 30세 이후 페이스입니다.


 사실 매덕스처럼 꾸준하기도 어렵고 랜디 존슨처럼 늦은 나이에 폭발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만큼 300승이 어렵습니다. 커쇼는 빅리그 데뷔 이후 연평균 14승을 거뒀습니다.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13년 후인 2029년에 300승을 달성하게 됩니다. 200이닝 이상을 투구한 2010년 이후로는 연평균 16승을 기록하고 있는데 역시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11년 후인 2027년에 300승을 달성하게 됩니다. 매덕스처럼 꾸준하게 다승을 적립한다는 가정하에 앞으로 10년 이상, 적어도 40대가 되어야 300승이 가능합니다. 매덕스처럼 꾸준하게 말입니다.


라이브볼 시대 최고의 투수 그렉 매덕스

 

▶ 가능성이 높은 3000K

 체감상 300승 보다 3000탈삼진이 쉬워 보이지만 역대 통산 3000탈삼진을 기록한 선수는 16명으로 300승(24명)보다 오히려 적습니다. 그런데 커쇼의 경우 상대적으로 3000탈삼진 달성 확률이 훨씬 높아 보입니다.

 커쇼는 통산 191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역대 94위에 이름을 올린 반면 통산 126승으로 다승부문에서는 역대 389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29세까지 통산 탈삼진 주요 순위 (커리어 탈삼진)

1. 2159k(2453k) : 샘 맥도웰

2. 2117k(3509k) : 월터 존슨

5. 1934k(2486k) : 돈 드라이스데일

7. 1918k(1918k) : 클레이튼 커쇼

9. 1835k(2293k) : 드와이트 구든

10. 1818k(3154k) : 페드로 마르티네스

12. 1758k(5714k) : 놀란 라이언

14. 1665k(4672k) : 로저 클레멘스

55. 1290k(3371k) : 그렉 매덕스

260. 818k(4875k) : 랜디 존슨


 역대 모든 선수 가운데 클레이튼 커쇼는 29세까지 탈삼진 순위 7위에 올라 있습니다. 29살의 커쇼는 드와이트 구든, 놀란 라이언, 로저 클레멘스, 그렉 매덕스보다 더 많은 탈삼진을 잡았으며 역대 통산 탈삼진 2위인 랜디 존슨보다 같은 나이 기준으로 1100개나 탈삼진을 더 잡았고, 29살까지 두번이나 300k 시즌을 보낸 페드로 마르티네스 보다도 탈삼진 갯수가 100개나 더 많습니다.


– 현역 선수 누적 탈삼진 순위

1. 2726k : CC 사바시아

2. 2365k : 바톨로 콜론

3. 2264k : 펠릭스 에르난데스

4. 2197k : 저스틴 벌랜더

5. 2145k : 존 랙키

6. 2122k : 콜 해멀스

7. 2021k : 잭 그레인키

8. 1977k : 제임스 쉴즈

9. 1918k : 클레이튼 커쇼

10. 1881k : 맥스 슈어저


 현역 선수 누적 탈삼진 순위에서 클레이튼 커쇼가 9위에 올랐습니다. 순위에 포함된 10명의 선수중에서 가장 적은 선발 등판(263경기)을 했음에도 누적 기록인 탈삼진 9위에 올랐습니다. 클레이튼 커쇼는 현역 선수 중에서 1000이닝 이상 투구 기준으로 3번째로 높은 K/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세일 10.09, 맥스 슈어저 9.98, 클레이튼 커쇼 9.81)




 커리어 평균 4306탈삼진을 기록한 랜디 존슨, 로저 클레멘스, 그렉 매덕스보다 29살까지 커쇼의 탈삼진 기록이 훨씬 좋습니다.




 29살까지 탈삼진 기록에서는 클레멘스-매덕스가 앞서고 랜디 존슨이 한참 뒤쳐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30대에 랜디 존슨은 10년간 2835탈삼진을 기록하며 그렉 매덕스보다 앞서나가게 됩니다. 랜디 존슨이 30대에 기록한 2835개 보다 더 많은 통산 탈삼진을 기록한 선수는 역대 16명에 불과합니다. 로저 클레멘스와 랜디 존슨은 40세가 되기 전에 3000탈삼진을 돌파합니다.

 커쇼가 워낙 탈삼진 페이스가 좋은 만큼 30대에 K/9 비율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40세 전후로 3000탈삼진은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랜디 존슨은 40세 이후로 1463개의 탈삼진을 추가합니다. 40대에 랜디 존슨보다 더 많은 탈삼진을 기록한 선수는 역대로 놀란 라이언과 필 니크로 딱 2명에 불과합니다. 40대에도 대단한 탈삼진 기록을 이어간 랜디 존슨은 결국 로저 클레멘스보다 더 많은 탈삼진을 잡아내고 역대 통산 2위에 이름을 올립니다.


 커쇼는 빅리그 데뷔 이후 연평균 213개의 탈삼진을 잡았습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2022년에 3000탈삼진, 2026년에 4000탈삼진을 돌파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한 것만큼 해야 4000탈삼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통산 4000탈삼진은 놀란 라이언, 랜디 존슨, 로저 클레멘스, 스티브 칼튼 등 단 4명만이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커쇼는 29살까지 통산 최다 탈삼진을 기록한 놀란 라이언보다 더 좋은 페이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빅 유닛’ 랜디 존슨

 

▶ 충분히 도전할 만한 fWAR 100

 300승, 3000k 보다 더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 투수 통산 fWAR 100입니다. 역대 100이상의 투수 fWAR을 기록한 선수는 8명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로저 클레멘스, 그렉 매덕스, 랜디 존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불과 빅리그 9시즌을 마친 29살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가 fWAR 53.5로 역대 통산 7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 29세까지 통산 fWAR 주요 순위 (커리어 fWAR)

1. 68.4(117.1) – 월터 존슨

6. 53.5(53.5) – 클레이튼 커쇼

8. 52.3(56.7) – 드와이트 구든

9. 52.2(133.7) – 로저 클레멘스

11. 48.8(84.5) – 페드로 마르티네스

12. 48.1(59.3) – 돈 드라이스데일

20. 42.2(116.7) – 그렉 매덕스

36. 36.8(96.5) – 스티브 칼튼

42. 35.5(54.5) – 샌디 코팩스

694. 10.1(110.6) – 랜디 존슨


 역대 모든 선수 가운데 29세까지 fWAR 순위 6위가 클레이튼 커쇼입니다. 지금 이대로 커리어를 마감한다고 해도 14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7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페이스입니다. 한편, 랜디 존슨은 30세 이후에만 fWAR을 100넘게 적립했습니다.


– 현역선수 누적 fWAR 순위

1. 63.4 – CC 사바시아

2. 53.5 – 클레이튼 커쇼

3. 52.6 – 저스틴 벌랜더

4. 51.1 – 펠릭스 에르난데스

5. 51.0 – 바톨로 콜론

6. 48.1 – 잭 그레인키

7. 44.0 – 콜 해멀스

8. 42.9 – 존 랙키

9. 38.9 – 존 레스터

10. 38.2 – 아담 웨인라이트


 현역선수 누적 fWAR 2위에 올라있는 커쇼는 10명 중에서 가장 적은 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가장 적은 이닝을 던졌고, 가장 어립니다. 커쇼의 지금까지 페이스로 봤을때 2년 정도가 지나면 현역 선수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 fWAR 1위인 로저 클레멘스보다 커쇼의 페이스가 더 좋습니다. 그래프가 거의 변화없이 직선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커쇼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역대 6위의 페이스로 10년을 더 해야 39살 쯤에는 fWAR 100을 넘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큰 변화없이 꾸준한 그렉 매덕스처럼 말입니다.




 랜디 존슨은 30세 이후에 fWAR을 무려 100이나 적립하며 20대 후반에 크게 벌어졌던 격차를 40세 전후에 거의 만회하는 모습입니다.


 다승, 탈삼진, fWAR. 커쇼는 역대 최고의 선수들보다 더 좋은 20대를 보냈습니다. 또한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은 이후 커쇼는 매년 자신의 통산 ERA를 낮춰왔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리치 힐에게 영감을 받아 변형 투구폼을 선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렇다면 커쇼에게 남은 유일한 걱정거리는 롱런입니다. 지금까지 했던 것을 앞으로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부상과 투구이닝 정도가 변수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이미 레전드 클레이튼 커쇼


 커쇼는 29살까지 1760이닝을 던졌습니다. 같은 나이의 로저 클레멘스와 거의 비슷하고 그렉 매덕스 보다는 150이닝 정도 적게 던졌습니다. 커쇼가 29살까지 던진 1760이닝은 역대 120위, 라이브볼 시대인 1920년 이후 49위, 최근 50년 기준 20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커쇼는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은 2009년 이후 연평균 207이닝을 던지고 있으며 선발 등판한 경기의 10%를 완투했습니다.




 그렉 매덕스의 일직선에 가까운 그래프의 끝은 5000이닝을 살짝 넘은 지점에 있습니다. 매덕스는 라이브볼 시대 이후 7번째이자 마지막으로 5천 이닝을 투구한 투수입니다. 로저 클레멘스도 거의 5천 이닝에 가까운 투구를 했습니다. 그렉 매덕스, 로저 클레멘스, 클레이튼 커쇼의 20대까지 투구이닝 그래프는 거의 같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커쇼가 10년, 15년을 꾸준하게 할 수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커쇼는 2008년 빅리그 데뷔 이후 리그에서 8번째로 많은 1760이닝을 던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자 리스트(DL)에 오른 것은 2014년 15일, 올해 15일, 60일 등 총 세차례에 불과합니다. 특히 올해는 60일 DL에 오르며 시즌을 일찍 마감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을 했지만 복귀하여 포스트시즌까지 잘 치러냈습니다. 커쇼는 공만 잘 던지는 선수가 아니라 자기관리에도 최고의 선수임을 입증한 것입니다.


 로저 클레멘스, 그렉 매덕스, 랜디 존슨. 다시는 누구도 재현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전설들이지만 지금까지 커쇼가 보여준 기록을 살펴보면 ‘커쇼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위해서는 앞으로 보여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더 오랫동안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커쇼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