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서른이면 아들 딸 둘 낳고 오순도순 살아갈 줄 알았습니다. 인생은 누군가의 말처럼,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순탄하지 않았지만, 막연했던 서른 살이 현실이 된 지금 이렇게 여러분들 앞에서 감사 인사를 할 수 있음이 참 고마운 이 순간입니다.
이렇게 기쁜 날이면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아들 몫까지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똥강아지 머리를 쓰다듬듯이 등을 두들겨 주시던 할머니의 손길이 참 그립습니다.
술만 드시면 군대 얘기 전쟁 얘기 몇 시간이고 늘어놓으시던 할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어렸을 때 너무도 크고 멋있었던 할아버지 자전거, 그 자전거 타고 오시던 할아버지 모습이 생생합니다.
어린 조카를 무척이나 귀여워 해주셨던 외삼촌 생각이 납니다. ‘이놈 자식’ 하시며 무뚝뚝하게 부르시던 그 입가에 미소, 그 다정함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쁜 날이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너무나 어려서 돌아가셨기에 당신과의 작은 추억조차 없었고, 당신의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오늘처럼 기쁜 날에는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려서는 철없는 마음에 당신을 원망하기도 했었지만 이렇게 기쁜 날, 내 앞에 당신이 앉아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신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려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엄마한테 잘해라”라는 말이었습니다. 참 모진 인생 한평생 못난 아들만 바라보시며 자랑해 오신 엄마, 참 고맙습니다.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는 손가락질 안당하고 사람들에게 “착하다, 잘 컸다” 들었던 칭찬은 모두 엄마의 희생임을 잘 압니다. 여전히 엄마한테 잘 못하는 아들이지만 앞으로 효도하며 살겠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가족, 친척, 동료, 선후배, 친구들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내 새끼 잘 살고 있구나’하고 행복해하실 수 있도록 잘 살겠습니다.
하나님과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여기 함께 해 주신 여러분들께 약속드립니다.
우리 잘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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