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도미네 (Quo Vadis Domine) ;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영화 ‘쿼바디스(Quo Vadis)’는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의 더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한국 교회의 실상을 그대로 전했고, 영화를 본 기독교인들은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쿼바디스를 본 비기독교인들은 감독이 교회라는 상징을 빌려 한국 사회를 있는 그대로 비추고 있으며 우리가 감추고 싶었던 우리 안의 진심, 이 사회의 밑바닥을 스크린에 비추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감독이 보여주는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성’이다.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지만 영화를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한국 교회의 구체적인 문제는 성직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이다. 그리고 감독은 이 세 가지 틀 안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교회와 목사들을 선택했다.
영화는 비 내리는 창밖, 서초역 앞에 신축한 사랑의 교회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사랑의 교회 설립자인 고(故) 옥한흠 목사의 아들인 옥성호씨는 “교회가 이 어마어마한 돈을 건축에 쏟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과연 기뻐하실까요?” 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영화 쿼바디스 포스터)
감독이 꼽는 한국 교회의 첫 번째 문제는 성직주의다. 성직주의는 한국 교회가 다 목회자들로 대표된다는 것을 문제로 꼽는다. 쉬운 말로 목사의존주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기독교 본래의 만인제사장설과 대치되는 개념이다. 만인제사장설은 “모든 신자들은 그가 성직자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누구나 직접,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로 하여 하나님께 나아가 하나님께 예배하며 교제할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는 목사를 통해서만 하나님께 예배할 수 있게 변질되었고 영화에서는 일부 하나님 혹은 예수님이 되어버린 목사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성직주의는 한국사회와 기독교의 가부장적인 문화와 결합해 많은 성적인 문제를 발생하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전병욱 목사를 통해 목회자들의 성적 문제를 꼬집고 있다. 영화는 전병욱 목사에게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특히 성추행 피해자들이 전목사의 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집어넣어 죄의식도 사과도 없는 전목사의 뻔뻔하고 더러운 얼굴을 드러낸다.
한국 교회의 두 번째 문제는 성장주의다. 교회가 성장하기만 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사례로 든 전병욱 목사의 문제는 성장주의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전목사는 교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삼일교회를 큰 교회로 성장시켰다는 이유로 교단이나 교회로부터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고 오히려 13억 원의 전별금을 받고 삼일교회를 떠났다. 그리고 2년 내에 수도권에서 교회를 개척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어긴 채 용산구 바로 옆 마포구에 홍대새교회를 개척했고 홍대새교회는 성도 1천명 이상이 모이는 큰 교회가 되었다. 목사가 성범죄를 저질러도 교회를 키워놨으니 아무도 징계하지도 문제 삼지도 않고 또 새로운 교회를 개척해도 그 교회도 성장을 한다. 이것은 비단 목회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도들에게도 큰 문제가 있다. 성장주의의 가장 큰 상징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다. 조용기 목사는 본인 뿐 아니라 그 일가가 횡령과 배임의 문제로 구설에 올랐지만 그를 향한 작은 비판에도 성도들은 ‘세계적인 분’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분개한다. 그들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를 이룬 조용기 목사가 신으로 아니 신보다 더 큰 존재로 여겨졌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의 목사에게 감독은 “예수 믿는 사람 맞습니까?”라고 질문하고, 돌아오는 대답은 아무 것도 없었다. 조용기 목사에게 이 질문을 해야만 하고 아무도 그 대답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지금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한국 교회의 세 번째 문제는 승리주의다. 세상을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할 터전이 아니라 싸워 이겨야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가난한자, 병든 자, 고아와 과부가 보살핌을 받아야 할 곳이 교회 공동체인데 지금 한국 교회 특히 대형교회에서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고아와 과부는 문전박대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는 지난 2010년 한국전쟁 발발 60주년 평화기도회를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평화기도회에 초청받은 사람은 이라크 전쟁에서 민간인 14만 명을 학살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민간인들을 학살했고, 이라크 전쟁에 대해 사과할 마음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서 영화는 3년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간다. 평화기도회가 상암월드컵경기장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이번에는 경기장 밖에서 일어난 일을 화면에 담았다. 바로 기독교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승승장구하던 이랜드의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장면을 다룬다. 기독교 기업 이랜드가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가장 약한 비정규직 근로자 700명을 해고했던 사건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1980년 전두환 사령관 조찬기도모임을 보여준다. 부시, 이랜드, 전두환. 교회는 세상의 약한 사람들을 무참히 짓밟았고, 세상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권력에는 철저히 머리를 조아려 살길을 마련했다.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부터 지금까지.
영화 쿼바디스의 초반부에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로마로 가서 제도가 되었고, 유럽으로 가서 문화가 되었고, 마침내 미국으로 가서 기업이 되었다. 한가지 더 덧붙이면 한국으로 와서는 대기업이 되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부동산 투기가 은사라고 말하는 시대, 교회도 목사도 성도도 모두 돈을 우상으로 섬기는 시대, 지금 한국 교회는 교회가 아니라 강도의 소굴이다. 수년 내에 더 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을 것이고 수많은 성도들이 교회를 떠날 것이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물었던 “쿼바디스 도미네.” 2015년의 대한민국, 주님이 우리에게 물으신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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