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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영화이야기

[스포주의] 택시운전사 비하인드 스토리 15

by j제이디 2017. 8. 6.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4일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의 흥행작인 [명량]과 같은 엄청난 관객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개봉전 [군함도]에 밀려 흥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지만 현재의 추세로는 1천만 관객 돌파는 물론이고 그 이상을 기대하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군함도]와 반대로 관람객들의 평이 좋아 입소문을 타고 계속해서 많은 관객들이 [택시운전사]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급 흥행몰이 중인 영화 [택시운전사]에 숨겨진 뒷이야기 15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소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 포스팅 아래쪽에 카드뉴스가 있으며 유투브 영상을 첨부합니다. 



▶ 이야기 1. 장훈과 송강호, 김기덕 : [의형제]와 [사마리아]


 [택시운전사]는 장훈 감독의 다섯번째 연출작입니다. 서울대 미대 출신인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하여 영화 [빈집], [활], [시간] 등 김기덕 감독의 작품에 연출부, 편집, 조감독 경험을 쌓으며 2008년 영화 [영화는 영화다]로 감독 데뷔를 하게 됩니다. 


 배우 송강호는 장훈 감독의 두번째 작품인 [의형제]에 배우 강동원과 함께 출연(이한규 역)했고 영화는 누적 관객수 541만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한편, [택시운전사]에 출연한 배우 고창석은 장훈 감독의 영화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고지전]에 모두 출연했습니다. 



▶ 이야기 2.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 (1) 수상 소감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는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 2005년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특별상을 수상합니다. 


 "용감한 한국인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와 헌신적으로 도와준 광주의 젊은이들이 없었다면 타큐멘터리를 세상에 내놓을 수 없었다."


 당시 위르겐 힌츠페터가 밝힌 수상 소감 한줄에서 장훈 감독은 영감을 얻어 영화 [택시운전사]를 제작했습니다. 장훈 감독은 피터가 살아있을 당시 그를 만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경험담을 직접 듣고 이를 영화에 담았습니다. 



▶ 이야기 3.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 (2) 생애와 광주


 1963년 카메라맨으로 시작한 피터의 기자 생활은 1967년 홍콩 발령으로 아시아권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이후 1973년부터 1989년까지 17년간 도쿄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했고 1995년 기자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1969년 베트남 전쟁 취재중 부상을 당했고, 1986년에는 광화문에서 취재 도중 사복경찰에게 구타당해 목과 척추에 중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피터는 1980년 광주 뿐만 아니라 그의 기자 생활 전반에 걸쳐 위험을 무릎쓰고 현장에서 생생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한편, 그가 찍은 80년 5월 광주의 영상은 일본을 거쳐 독일로 보내졌고 독일 저녁 뉴스 프로그램에 즉시 보도 되었고, <기로에 선 한국> 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방송되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독일 유학중이던 신부들에 의해 국내에서도 상영되었고, 2003년 5월 18일 KBS를 통해 정식으로 국내에 처음 방영되었습니다. 


 2004년 심장질환으로 생명이 위독했던 피터는 사후 5.18묘지에 묻히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고 2016년 1월 25일 독일에서 생을 마감한 후 그해 5월 16일 광주 망월동 묘역에 안장되었습니다. 



▶ 이야기 4. 위르겐 힌츠페터를 연기한 토마스 크레치만


 토마스 크레치만은 위르겐 힌츠페터와 같은 독일 출신 배우입니다. 토마스 크레치만의 별명은 '나치 독일 전문 배우'. 총 100여편의 영화 중 15편 정도의 영화에 독인 군인으로 출연했는데 그 작품들이 대 성공을 거두며 이미지가 굳혀졌습니다. 2009년 출연한 [작전명 발키리]에서 수영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크레치만은 젊은 시절 올림픽 출전을 위해 훈련받던 수영 선수 출신이기도 합니다. 


 선이 굵은 얼굴을 가진 배우로 제복이 잘 어울리는 크레치만은 [피아니스트], [레지던트 이블 2], [킹콩], [원티드], [작전명 발키리],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에 출연했습니다. 


 장훈 감독이 토마스를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그의 집을 찾았는데 작품의 취지에 크게 공감한 토마스의 캐스팅이 의외로 쉽게 이뤄졌고 감독은 저녁 식사 대접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 이야기 5. 대배우 송강호와 유해진의 첫 작품


 송강호는 1996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영화계에 데뷔, 단편영화를 포함해 [택시운전사]가 그의 31번째 작품입니다. 유해진은 1997년 정지영 감독의 영화 [블랙잭]에 출연하며 영화계에 데뷔, 특별출연을 포함해 [택시운전사]가 그의 49번째 작품입니다. 두 배우는 모두 누적 영화 관객 1억명을 돌파한 대배우인데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단 한작품도 같이 출연한 작품이 없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함께한 송강호는 유해진이 "어떻게 자기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조해야 할것인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후배지만 큰 사람, 큰 배우다"며 극찬 했습니다. 


 한편, [택시운전사] 이전에 두 배우가 함께한 유일한 작품(?)은 지난 2014년 농심 신라면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를 촬영하며 유해진은 "송강호와 함께해 감격"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이야기 6. 송강호가 출연을 거절한 영화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가장 먼저 출연히 확정된 배우는 송강호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미 한번 이 영화에 출연을 거절한 이후 였습니다. 제작발표회에서 밝힌 그 이유는 "송강호라는 배우가 역사의 큰 부분을 감당할 자격이 있을까란 두려움이 있었다" 였습니다.  


한편, 지난 5월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 중 블랙리스트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습니다. "가장 무서웠던 점은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소문만으로도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작품을 선택할 때 시나리오를 읽은 후 '이 작품은 정부에서 싫어할 작품이다'는 자기 검열이 시작된다"



▶ 이야기 7. 류준열이 연기한 구재식은 배철수?


 극중 류준열은 대학가요제를 위해 대학교에 진학한 구재식 역을 맡았습니다. 송강호는 류준열이 "이름값에 비해 작은 열을 맡았다. 그런데도 최선을 다해 잘 연기해줘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류준열이 연기한 구재식은 밴드 포지션이 보컬이 아닌 기타인 점과 극중 그의 패션,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학가요제를 언급한 점을 조합해 보면 항국항공대학교 밴드였던 활주로의 기타리스트 배철수를 모델로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배철수는 밴드 <활주로> 소속으로 1978년 제2회 대학가요제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 이야기 8. 송강호가 추천한 배우 엄태구


 [택시운전사]에서 박중사 역할을 맡은 배우 엄태구는 송강호와 영화 [밀정]에서 호흡을 맞췄습니다. 이때의 기억이 좋았던 송강호는 장훈 감독에게 "그 친구(엄태구) 너무 잘한다. 에너지가 강하다"며 추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는 이미 박중사 역할에 대한 오디션이 진행중이었고 장훈 감독이 엄태구 배우를 불러 오디션을 보고 박중사 역할을 맡기게 됩니다. 


 엄태구에 대한 송강호의 칭찬은 끝이 없었는데, "엄태구가 주인공 같았다. 엄태구가 나오는 장면이 이 영화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얘기하는 것 같다. 상식적으로 중요한 장면이다"며 거듭 칭찬했습니다. 이에 엄태구는 "너무나 큰 영광이다. 또 한번 선배님의 은혜를 입은 기분이다. 엄청난 배려와 존중으로 큰 힘을 얻었다"며 송강호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 이야기 9. 80년 광주는 세트장과 CG의 합작품


 총 제작비 150억이 든 [택시운전사]. 영화는 80년 5월의 광주를 재현하기 위해 남양주와 광주 상무지구에 대구모 세트장을 건설했습니다. 


 금남로를 재현하기 위한 세트장은 광주 상무지구에 지었는데 당시 금남로의 실제 크기는 너비가 30~40M에 길이는 무려 2.3Km 였습니다. 오픈세트장에서는 금남로의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너비를 실제 크기와 동일하게 만들었고, 길이는 200미터 까지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제작진의 정성이 대단한 영화입니다. 



▶ 이야기 10. '택시' 브리샤 제작기


 주인공 김만섭이 운전하는 택시는 '브리샤'입니다. 당시에는 '브리사' 보다는 '포니'가 더 많았는데 장훈 감독은 '포니'가 너무 흔했고 '브리사'가 만섭의 캐릭터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실제 피터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그가 탔던 택시는 오펠 차량이었는데, 검정색 새한 레코드 였습니다. 


 제작진은 브리샤를 구하기 위해 외국 중고 거래 사이트를 뒤져 겨우 3대를 구했지만 실제 운전하기에는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이에 7개월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브리샤는 외관만 활용하고 구동계는 아반떼의 것을 사용해 택시를 특수 제작했습니다. 


 한편 송강호는 영화 전체 장면에서 택시를 직접 운전했는데, 택시 내부가 좁고 운전과 연기를 함께하기에 불편해 주행 장면을 촬영한 차량은 자동변속기(오토)로 개조해 사용했습니다. 또한 시골 길을 달리는 촬영 중 택시가 낭떠러지에 떨어질 뻔한 상황에서 송강호는 스탭들과 함께 택시를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 이야기 11. 아무도 모르는 그의 이름


 송강호가 연기한 택시운전사의 극중 이름은 김만섭이고 피터가 기억하는 그의 이름은 김사복입니다. 피터는 실제로 몇번이나 김사복을 찾으려고 했지만 찾지 못했고 제작진도 실제 택시운전사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수소문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왜 그가 김사복으로 이름을 적어줬는지 유추할 만한 장면이 나오는데요, 실제로는 그에 대한 흔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제작진은 상상으로 그의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 이야기 12. 조용필의 <단발머리>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영화의 초반부 택시 기사 김만섭은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부르며 운전을 합니다. 장훈 감독은 1979년 발표된 <단발머리>가 만섭의 캐릭터도 잘 설명하고 시대를 대표하는 곡이기 때문에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최적의 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수 조용필의 노래가 영화 OST로 사용된 적이 없었던 터라 걱정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의외로 조용필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소개받고 주연배우가 송강호라는 이야기만 듣고는 흔쾌히 음악 사용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국민가수 조용필의 노래가 5.18이라는 역사와 국민배우 송강호에게는 쉽게 허락된 것이 영화 초반부는 물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 이야기 13. 송강호의 [변호인]? "데모할려고 대학갔어"


 영화의 주인공인 송강호(김만섭/김사복 역)는 극중에서 "데모할려고 대학갔어"라는 대사를 자주 사용합니다. 이 대사는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변호인]에서도 배우 본인(송우석 역)이 했던 대사로도 유명합니다. 또한 [효자동 이발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사를 송강호 본인이 이미 했습니다. 


 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오마주(hommage)'라고 부릅니다. 또한 배우가 현재 작품 이전에 출연했던 작품의 설정을 옮겨 쓰는 것을 '배우개그'라고 하기도 합니다. 



▶ 이야기 14. '택시' 번호판 0310


 김만섭이 광주에서 택시에 단 번호판은 0310. 자동차 번호판의 네 자리 숫자 중에서 맨 앞자리에 0이 들어가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80년 광주에는 당연히 0310 번호판을 달고 있는 택시는 없었을 것입니다. 


 0310.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날짜 2017년 3월 10일을 상징한 것이라고 하면 너무 앞서가는 것일까요? 택시 번호가 0310인 점이 흥미롭습니다. 



▶ 이야기 15. 박중사와 택시 추격 장면


 영화 후반부 박중사와 김만섭이 대치하는 장면이 나오고 이 장면에 의문을 갖는 관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터의 전언에 따르면 당시 광주에는 실제로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암묵적으로 지지를 보낸 군인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군대 내부에도 군부에 대한 반감을 가진 참군인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역시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택시 추격신에도 관객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렸습니다. 몰래 빠져나온 택시를 사복경찰들이 어떻게 따라 붙었으며 택시들은 어떻게 검문을 뚫고 합류했는가하는 점에 관객들은 의문을 가졌고 택시와 사복 경찰 차량의 추격전은 인위적이고 신파적이라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이를 두고 장훈 감독도 이 장면을 뺄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에는 넣었다고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 [카드뉴스] 택시운전사 비하인드 스토리 15